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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

FSS Handbook

SES

SIO

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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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시간 내용 발표자

1330 - 1400 등록

세션Ⅰ 지금의 예술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사회 우 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장

1400 - 1600 2010

한국공연예술의

장르별 키워드

연극 고선웅 극작가연출가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무용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음악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연출가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다원 이진아 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전체토론

1600 - 1630 휴식

세션Ⅱ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동향과 새로운 도전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1630 - 1750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동향 김철리 연출가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토론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전체토론

1800 폐회

프로그램

2010년을 한국공연예술을 장르별 키워드로 돌아본다

lt지금의 예술gt 세션에서는 공연 장르별 전문가 10인과 함께

올 한 해 동안 한국 공연예술의 경향과 흐름을 진단합니다

사회

우 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장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기획실장으로 서울

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총괄 기획했으며 서울예술단 프로듀서를 거쳐 2007년부

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SESSION 1 지금의 예술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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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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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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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연출가극작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난전亂廛 난전亂戰 난전難戰

대적해 보았으나 부상을 당한 채 위태해졌다

난전亂廛

기획이 많았던 한 해입니다 연극 축제가 끊임없이 열렸고 올라간 편수도 적지 않

았습니다 세련된 공간도 늘어나고 지원금과 상업자본이 들어와서 재래시장에 난

데없는 훈풍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호사가 반갑지 않습니다 모 여배우의 티

켓이 수분 만에 매진되고 영화감독이 무대로 소풍 나오고 자본가나 자본그룹과

연결된 기운 센 스타들이 무대로 와서 연극을 했습니다 명분도 없이 저는 쓸쓸했

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예매의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멜로와 코미디 에로물이

고 그나마 주제의식 미학과 기개가 살아있는 작품은 학생단체나 마니아층의 전

유물이 되어 유료관객이 적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도 연극다운 연극이 만들어

지는 동안 연극답지 않은 연극이 더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극

다운 연극은 개인차가 있어서 딱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보는 순

간 lsquo이런 것이 연극이었고 그래서 내가 굳이 연극을 하고 있구나rsquo 깨닫는 내 마음

에 드는 연극입니다 亂廛이 생겼다고 탓할 수 없는 자본사회지만 무언가 답답합

니다 그러다보니 亂戰입니다

난전亂戰

방해 없이 쬐던 햇볕을 주변 나무들이 방해한다 햇볕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부

대끼고 급기야 나무를 베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난전亂戰이다

국립극장이 홍역을 앓는 동안 중대형 극장들은 각각의 기치 아래 명품이냐 동시

대냐 브랜드냐로 차별하며 전쟁을 치루고 관록 있는 기획사와 연예기획사() 토

착기획사는 앞다퉈가며 연예인과 흥행성 작품성과 홍보마케팅을 차별화하면서

작은 연극시장의 관객을 N분의 1씩 대부분 나눠 가졌다 물론 순수연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올림픽과 각종 페스티벌로 볼거리가 넘쳐났고 지원금도 고루 혜

택을 받았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연극인들은 대부분 쉴 새 없이 바빴다 그나

마 좋은 일이지만 솔직하게는 그것도 어딘가 모르게 억지스러웠다 마냥 바쁘고

상기된 채 고군분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세상은 무심하게

3D 4D 무선인터넷에 스마트폰에 소셜네트워크에 소비자가 값을 매기는 티켓몬

스터까지 엎친데 덮쳐왔다 아 연평도까지 올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 감각에는

패러다임이 진짜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제일 겁나는 難戰이 시작되었다

난전難戰

숲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hellip난전難戰이다

정말이지 곤란한 싸움이고 말이 안 되는 게임이다 여가를 선용하거나 문화적 향

수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 칠 때 그들이 모든 편리하고 훌륭한 첨단의

볼거리와 오락거리를 제쳐두고 연극을 볼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번거롭고 좌

석이 불편하며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연극을 말이다 그래도 이 바쁘기만 한

시대에 lsquo연극은 미덕이 있어rsquo라고 되뇌다가 또 잠깐 소일하다 서늘해서 깨어보니

연극은 어느새 대륙에서 떨어진 섬이 되어버렸다 특히 2010년에 그런 느낌을 받

았다 내 얘기라서 안됐지만 연극을 업으로 삼고 증조모 장모 아이 둘을 키우며

20명이 넘는 극단을 꾸리고 달래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어찌 곤란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안으로는 연극을 만만하게 보고 뛰어드는 대중극과 관객지향적 오락극이

범람하고 밖으로는 디지털의 격랑이 해일처럼 세상을 쓸고 있는데 연평도처럼 작

은 연극의 섬에서 우리가 제가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숙제

만 있고 답은 연구되지 않아 분분하기만 한 2010년이었던 것 같다 내 발등의 불도

문제였지만 동네에 난 불이 더 살벌하게 느껴졌다 2010년은 최소한 내게 있어서

연극이 분명한 위기에 당면해 있고 그 처한 상황을 심각하게 응시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했던 한 해였다 이제 장렬한 산화만이 남았을까

2011년에는 난전을 알로 바꿔야 한다 신선하고 건강한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그

렇게 부화된 새가 날 수 있길 바란다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극작가연출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1년 옥랑희곡상 2006년 lsquo오늘의 젊은예술

가상rsquo 연극 부문 등을 수상하며 연출가 겸 극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경기도립

극단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2010 서울연극제에서는 lt들소의 달gt로 우수상을 수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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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탈음입연(脫音入演) 장르

CJ엔터테인먼트의 연극 제작 진출 본격화

lsquo무대가 좋다rsquo 시리즈(lt풀 포 러브gt lt클로저gt lt프루프gt lt트루 웨스트) 및 연희단거

리패 lt오구gt 제작 참여

뮤지컬 제작사들의 연극 제작 전환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신시컴퍼니 전환 뮤지컬 해븐의 연극 브랜드(노네임 씨어

터 컴퍼니) 런칭

연극은 과거 산업적인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지만 뮤지컬이 상대적으로 흥행 부

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연극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보인

lsquo무대가좋다rsquo 시리즈를 과거 lsquo연극열전rsquo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연극열전이 연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다면 이것은 연극의 자본화 즉

머니게임에서 충실한 작품으로서의 연극을 개발하려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시장의 논리다

이를 보는 세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 제작자 자본의 입장은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이

상품이 된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 둘째 배우 입장은 이제 lsquo감독의 예술rsquo이 아닌

lsquo배우의 예술rsquo로서의 연극을 자각하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개런티를 깎

으면서 연극을 출연할 수 있었다 셋째 문화 수요자로서 문화적 욕망을 충족 받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화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

들 1966년 1968년 1976년생들이다 이 때 하루에 백만 명 안팎으로 태어났는데

이들이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영화 한국가요 시장에 돌풍

을 주도했던 세대이다 지금의 공연시장에서도 이 세대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이것을 단순히 돈 많은 곳에서 연극을 상업화 한다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 배

우 수요자 이 삼자가 함께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극장

대학로 공연장 숫자 변화

1998년 31개(400여석)rarr2004년 54개(9292석)rarr2010년 (건설 중인 극장 포함)

140여개(2만석 이상) 등 연평균 20개(1997년 이전 극장 숫자)씩 증가

공연장의 서울 전역 확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487석)+한남동 쇼파크(1500석)+목동 예술인회관

(1000석)+신도림역 다큐브시티(1250+450석)

지금 대학로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많은 중대형 극장들이 생기고 있다 영등

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 한남동 쇼파크 목동 예술인회관 신도림역 다큐브시

티 등인데 과연 그 공간을 채울만한 콘텐츠가 있는가 아직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문제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공연예술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일류(日流)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의 빈곤

일본 원작 연극 흥행성과 예술성에서 약진

미나티 고키 원작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의 연이은 흥행돌풍에 이어 고

카미 쇼지 원작의 lt연애희곡gt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lt잠 못드는 밤은 없다gt 등이

저력을 보이며 가족극 중심의 한국연극이 극복해야할 과제를 제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A급 연극이 아닌 B급 연극이다 대중들이 보기에 이야기가 탄

탄하고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고 무대 볼거리가 있는 B급 연극을 가장 원한다 이

러한 연극을 제작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는 것이 일본 콘텐츠이다

미타니 고키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 은 극적 구성력이 탄탄하고 대중

적인 폭발력이 있다 우리 작가들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되거

나 번역극으로 공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작품들이 단순히 흥행성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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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아니다 2009년부터 5편이 무대에 오른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은 좋았다

관객 평도 좋았고 관객 몰입도 나쁘지 않았다

아까 언급했던 탈음입연(脫音入演)과 관련이 있는데 뮤지컬에서는 한류열풍으로

일본 관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면 연극에서는 일본극작가들 대본 극작가의 힘으

로 일본 작품들이 한국시장을 알게 모르게 잠식하고 있다 내가 말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예술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 꼽는 작품이 아니라 잘 만들어지고 대중적

이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굉장히 부족하다

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은 사자들lsquo가난한 연극rsquo의 풍년

동이향 김지훈 이헌

동이향의 lsquo시적 리얼리즘rsquo(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 김지훈의 lsquo가

난한 소크라테스rsquo(lt원전유서gt lt방바닥 긁는 남자gt lt길바닥에 나앉다gt) lsquo여자 김지

훈rsquo 이헌(lt이오카스테gt)의 저력

젊은 여자연출가들의 활약

lt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gt(조최효정) lt우릴 봤을까gt lt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

어gt의 김한내 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의 동이향

극적 반전이 뛰어난 작품들 부각

lt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gt(김숙종 작) lt하땅세gt(윤시중 연출) lt천국에서의 마

지막 계절gt(이시원 작)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연출가

들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극적 반전이 재미있는 이 작품들

은 100석 미만의 극장에서 했지만 실제 보면 좋은 작품이고 굉장히 재미있다 A

급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라고 생각한다 상업자본이 들어와 대형화된 작품과는 반대로 최소 자본으로 재

미있게 꾸려가는 2인극 작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2인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hybrid)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

lt청춘밴드gt lt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gt lt천변카

페gt의 뒤를 이은 lt천변카바레gt

SF연극의 등장

lt나는 오늘 개를 낳았다gt lt스페이스 치킨 오페라gt

올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고 다양한 요소들을 들여왔

다 SF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인간보다

동물을 우선시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노풍(老風)

노배우들의 활약

환갑 이상의 세 배우가 출연한 lt포옹 그리고 50년gt lt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gt

이호재 칠순헌정공연 lt그대를 속일지라도gt lt드라이빙 미스 데이지gt의 신구(74)

lt메카로 가는 길gt의 서이석(60) 모노드라마 lt내일 날이 밝으면gt의 양동군(81)

과거에는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연극에 젊은 배우들이 출연했었는데 올해는 특히

실제 6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많았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국립극단의 변신

올해 환갑 맞은 국립극단의 법인화(7월) 외국인 예술감독(지차트코프스키) 기용

논란 끝에 손진책 예술감독 취임(11월) 용산 옛 수송기지 터에 터전 마련

요즘은 몸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연극이 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언어

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연극계에서 특히 화술이 떨어지는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배우가 말을 하는데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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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대극장으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훈련된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연극의 내실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극작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한다면 언젠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9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 기자이며 매주 공연리뷰

코너인 lsquo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rsquo을 연재하고 있다 『곰을 피하는 방법-권재현 기자

의 한잔의 선식』 『21세기 신천재들』(공저) 『스타가 말하는 스타』(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국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는 lsquo매너리즘rsquo을 키워드로 꼽을까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lsquo컨템포러리rsquo를 선택했다

2010년 국내 무용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창의적 작품 무용수보다는 안

무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논의된 한해였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혹은 어떠한 상태와 조건에 처해있던 간에 창의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대

응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가장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도 한국적 창작 발레의 레퍼

토리화가 대두되면서 국립발레단의 lt왕자호동gt 유니버설발레단의 lt심청gt이 고

정 레퍼토리화 차원에서 공연되었다 여기에 여타의 다른 발레단들도 의욕적으로

창작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춤의 경우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이

에 대한 적응 국제교류 전문 무용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창의적이

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의 반영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무용

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적의 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전 작업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방법론 소재만 달라졌을 뿐 형식은 똑같은

작품들의 대량 복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 대두에 맞추어

2010년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창의성 문제를 되짚

어 보고자 한다

컨템포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적 창작발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립발

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계 내에서 상징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이 무용 분야에서 가장 강하므로 대외적

인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높고 티켓 파워가 가장 막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절대수가 높은 저작권을 내고 수입한 작품들이라는 것 두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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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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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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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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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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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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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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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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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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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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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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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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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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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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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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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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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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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5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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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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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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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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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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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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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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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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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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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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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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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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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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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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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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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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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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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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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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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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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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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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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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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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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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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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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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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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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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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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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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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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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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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2: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FSS Handbook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시간 내용 발표자

1330 - 1400 등록

세션Ⅰ 지금의 예술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사회 우 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장

1400 - 1600 2010

한국공연예술의

장르별 키워드

연극 고선웅 극작가연출가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무용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음악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연출가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다원 이진아 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전체토론

1600 - 1630 휴식

세션Ⅱ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동향과 새로운 도전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1630 - 1750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동향 김철리 연출가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토론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전체토론

1800 폐회

프로그램

2010년을 한국공연예술을 장르별 키워드로 돌아본다

lt지금의 예술gt 세션에서는 공연 장르별 전문가 10인과 함께

올 한 해 동안 한국 공연예술의 경향과 흐름을 진단합니다

사회

우 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장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기획실장으로 서울

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총괄 기획했으며 서울예술단 프로듀서를 거쳐 2007년부

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SESSION 1 지금의 예술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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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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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연출가극작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난전亂廛 난전亂戰 난전難戰

대적해 보았으나 부상을 당한 채 위태해졌다

난전亂廛

기획이 많았던 한 해입니다 연극 축제가 끊임없이 열렸고 올라간 편수도 적지 않

았습니다 세련된 공간도 늘어나고 지원금과 상업자본이 들어와서 재래시장에 난

데없는 훈풍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호사가 반갑지 않습니다 모 여배우의 티

켓이 수분 만에 매진되고 영화감독이 무대로 소풍 나오고 자본가나 자본그룹과

연결된 기운 센 스타들이 무대로 와서 연극을 했습니다 명분도 없이 저는 쓸쓸했

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예매의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멜로와 코미디 에로물이

고 그나마 주제의식 미학과 기개가 살아있는 작품은 학생단체나 마니아층의 전

유물이 되어 유료관객이 적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도 연극다운 연극이 만들어

지는 동안 연극답지 않은 연극이 더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극

다운 연극은 개인차가 있어서 딱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보는 순

간 lsquo이런 것이 연극이었고 그래서 내가 굳이 연극을 하고 있구나rsquo 깨닫는 내 마음

에 드는 연극입니다 亂廛이 생겼다고 탓할 수 없는 자본사회지만 무언가 답답합

니다 그러다보니 亂戰입니다

난전亂戰

방해 없이 쬐던 햇볕을 주변 나무들이 방해한다 햇볕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부

대끼고 급기야 나무를 베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난전亂戰이다

국립극장이 홍역을 앓는 동안 중대형 극장들은 각각의 기치 아래 명품이냐 동시

대냐 브랜드냐로 차별하며 전쟁을 치루고 관록 있는 기획사와 연예기획사() 토

착기획사는 앞다퉈가며 연예인과 흥행성 작품성과 홍보마케팅을 차별화하면서

작은 연극시장의 관객을 N분의 1씩 대부분 나눠 가졌다 물론 순수연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올림픽과 각종 페스티벌로 볼거리가 넘쳐났고 지원금도 고루 혜

택을 받았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연극인들은 대부분 쉴 새 없이 바빴다 그나

마 좋은 일이지만 솔직하게는 그것도 어딘가 모르게 억지스러웠다 마냥 바쁘고

상기된 채 고군분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세상은 무심하게

3D 4D 무선인터넷에 스마트폰에 소셜네트워크에 소비자가 값을 매기는 티켓몬

스터까지 엎친데 덮쳐왔다 아 연평도까지 올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 감각에는

패러다임이 진짜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제일 겁나는 難戰이 시작되었다

난전難戰

숲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hellip난전難戰이다

정말이지 곤란한 싸움이고 말이 안 되는 게임이다 여가를 선용하거나 문화적 향

수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 칠 때 그들이 모든 편리하고 훌륭한 첨단의

볼거리와 오락거리를 제쳐두고 연극을 볼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번거롭고 좌

석이 불편하며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연극을 말이다 그래도 이 바쁘기만 한

시대에 lsquo연극은 미덕이 있어rsquo라고 되뇌다가 또 잠깐 소일하다 서늘해서 깨어보니

연극은 어느새 대륙에서 떨어진 섬이 되어버렸다 특히 2010년에 그런 느낌을 받

았다 내 얘기라서 안됐지만 연극을 업으로 삼고 증조모 장모 아이 둘을 키우며

20명이 넘는 극단을 꾸리고 달래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어찌 곤란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안으로는 연극을 만만하게 보고 뛰어드는 대중극과 관객지향적 오락극이

범람하고 밖으로는 디지털의 격랑이 해일처럼 세상을 쓸고 있는데 연평도처럼 작

은 연극의 섬에서 우리가 제가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숙제

만 있고 답은 연구되지 않아 분분하기만 한 2010년이었던 것 같다 내 발등의 불도

문제였지만 동네에 난 불이 더 살벌하게 느껴졌다 2010년은 최소한 내게 있어서

연극이 분명한 위기에 당면해 있고 그 처한 상황을 심각하게 응시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했던 한 해였다 이제 장렬한 산화만이 남았을까

2011년에는 난전을 알로 바꿔야 한다 신선하고 건강한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그

렇게 부화된 새가 날 수 있길 바란다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극작가연출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1년 옥랑희곡상 2006년 lsquo오늘의 젊은예술

가상rsquo 연극 부문 등을 수상하며 연출가 겸 극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경기도립

극단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2010 서울연극제에서는 lt들소의 달gt로 우수상을 수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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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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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탈음입연(脫音入演) 장르

CJ엔터테인먼트의 연극 제작 진출 본격화

lsquo무대가 좋다rsquo 시리즈(lt풀 포 러브gt lt클로저gt lt프루프gt lt트루 웨스트) 및 연희단거

리패 lt오구gt 제작 참여

뮤지컬 제작사들의 연극 제작 전환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신시컴퍼니 전환 뮤지컬 해븐의 연극 브랜드(노네임 씨어

터 컴퍼니) 런칭

연극은 과거 산업적인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지만 뮤지컬이 상대적으로 흥행 부

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연극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보인

lsquo무대가좋다rsquo 시리즈를 과거 lsquo연극열전rsquo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연극열전이 연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다면 이것은 연극의 자본화 즉

머니게임에서 충실한 작품으로서의 연극을 개발하려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시장의 논리다

이를 보는 세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 제작자 자본의 입장은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이

상품이 된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 둘째 배우 입장은 이제 lsquo감독의 예술rsquo이 아닌

lsquo배우의 예술rsquo로서의 연극을 자각하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개런티를 깎

으면서 연극을 출연할 수 있었다 셋째 문화 수요자로서 문화적 욕망을 충족 받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화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

들 1966년 1968년 1976년생들이다 이 때 하루에 백만 명 안팎으로 태어났는데

이들이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영화 한국가요 시장에 돌풍

을 주도했던 세대이다 지금의 공연시장에서도 이 세대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이것을 단순히 돈 많은 곳에서 연극을 상업화 한다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 배

우 수요자 이 삼자가 함께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극장

대학로 공연장 숫자 변화

1998년 31개(400여석)rarr2004년 54개(9292석)rarr2010년 (건설 중인 극장 포함)

140여개(2만석 이상) 등 연평균 20개(1997년 이전 극장 숫자)씩 증가

공연장의 서울 전역 확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487석)+한남동 쇼파크(1500석)+목동 예술인회관

(1000석)+신도림역 다큐브시티(1250+450석)

지금 대학로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많은 중대형 극장들이 생기고 있다 영등

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 한남동 쇼파크 목동 예술인회관 신도림역 다큐브시

티 등인데 과연 그 공간을 채울만한 콘텐츠가 있는가 아직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문제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공연예술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일류(日流)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의 빈곤

일본 원작 연극 흥행성과 예술성에서 약진

미나티 고키 원작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의 연이은 흥행돌풍에 이어 고

카미 쇼지 원작의 lt연애희곡gt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lt잠 못드는 밤은 없다gt 등이

저력을 보이며 가족극 중심의 한국연극이 극복해야할 과제를 제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A급 연극이 아닌 B급 연극이다 대중들이 보기에 이야기가 탄

탄하고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고 무대 볼거리가 있는 B급 연극을 가장 원한다 이

러한 연극을 제작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는 것이 일본 콘텐츠이다

미타니 고키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 은 극적 구성력이 탄탄하고 대중

적인 폭발력이 있다 우리 작가들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되거

나 번역극으로 공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작품들이 단순히 흥행성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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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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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아니다 2009년부터 5편이 무대에 오른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은 좋았다

관객 평도 좋았고 관객 몰입도 나쁘지 않았다

아까 언급했던 탈음입연(脫音入演)과 관련이 있는데 뮤지컬에서는 한류열풍으로

일본 관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면 연극에서는 일본극작가들 대본 극작가의 힘으

로 일본 작품들이 한국시장을 알게 모르게 잠식하고 있다 내가 말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예술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 꼽는 작품이 아니라 잘 만들어지고 대중적

이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굉장히 부족하다

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은 사자들lsquo가난한 연극rsquo의 풍년

동이향 김지훈 이헌

동이향의 lsquo시적 리얼리즘rsquo(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 김지훈의 lsquo가

난한 소크라테스rsquo(lt원전유서gt lt방바닥 긁는 남자gt lt길바닥에 나앉다gt) lsquo여자 김지

훈rsquo 이헌(lt이오카스테gt)의 저력

젊은 여자연출가들의 활약

lt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gt(조최효정) lt우릴 봤을까gt lt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

어gt의 김한내 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의 동이향

극적 반전이 뛰어난 작품들 부각

lt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gt(김숙종 작) lt하땅세gt(윤시중 연출) lt천국에서의 마

지막 계절gt(이시원 작)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연출가

들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극적 반전이 재미있는 이 작품들

은 100석 미만의 극장에서 했지만 실제 보면 좋은 작품이고 굉장히 재미있다 A

급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라고 생각한다 상업자본이 들어와 대형화된 작품과는 반대로 최소 자본으로 재

미있게 꾸려가는 2인극 작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2인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hybrid)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

lt청춘밴드gt lt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gt lt천변카

페gt의 뒤를 이은 lt천변카바레gt

SF연극의 등장

lt나는 오늘 개를 낳았다gt lt스페이스 치킨 오페라gt

올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고 다양한 요소들을 들여왔

다 SF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인간보다

동물을 우선시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노풍(老風)

노배우들의 활약

환갑 이상의 세 배우가 출연한 lt포옹 그리고 50년gt lt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gt

이호재 칠순헌정공연 lt그대를 속일지라도gt lt드라이빙 미스 데이지gt의 신구(74)

lt메카로 가는 길gt의 서이석(60) 모노드라마 lt내일 날이 밝으면gt의 양동군(81)

과거에는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연극에 젊은 배우들이 출연했었는데 올해는 특히

실제 6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많았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국립극단의 변신

올해 환갑 맞은 국립극단의 법인화(7월) 외국인 예술감독(지차트코프스키) 기용

논란 끝에 손진책 예술감독 취임(11월) 용산 옛 수송기지 터에 터전 마련

요즘은 몸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연극이 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언어

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연극계에서 특히 화술이 떨어지는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배우가 말을 하는데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FSS Handbook

1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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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대극장으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훈련된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연극의 내실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극작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한다면 언젠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9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 기자이며 매주 공연리뷰

코너인 lsquo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rsquo을 연재하고 있다 『곰을 피하는 방법-권재현 기자

의 한잔의 선식』 『21세기 신천재들』(공저) 『스타가 말하는 스타』(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국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는 lsquo매너리즘rsquo을 키워드로 꼽을까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lsquo컨템포러리rsquo를 선택했다

2010년 국내 무용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창의적 작품 무용수보다는 안

무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논의된 한해였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혹은 어떠한 상태와 조건에 처해있던 간에 창의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대

응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가장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도 한국적 창작 발레의 레퍼

토리화가 대두되면서 국립발레단의 lt왕자호동gt 유니버설발레단의 lt심청gt이 고

정 레퍼토리화 차원에서 공연되었다 여기에 여타의 다른 발레단들도 의욕적으로

창작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춤의 경우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이

에 대한 적응 국제교류 전문 무용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창의적이

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의 반영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무용

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적의 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전 작업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방법론 소재만 달라졌을 뿐 형식은 똑같은

작품들의 대량 복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 대두에 맞추어

2010년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창의성 문제를 되짚

어 보고자 한다

컨템포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적 창작발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립발

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계 내에서 상징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이 무용 분야에서 가장 강하므로 대외적

인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높고 티켓 파워가 가장 막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절대수가 높은 저작권을 내고 수입한 작품들이라는 것 두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1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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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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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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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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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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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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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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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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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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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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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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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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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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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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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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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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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5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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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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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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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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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FSS Handbook

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4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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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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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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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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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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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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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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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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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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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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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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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올 예

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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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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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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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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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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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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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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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연출가극작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난전亂廛 난전亂戰 난전難戰

대적해 보았으나 부상을 당한 채 위태해졌다

난전亂廛

기획이 많았던 한 해입니다 연극 축제가 끊임없이 열렸고 올라간 편수도 적지 않

았습니다 세련된 공간도 늘어나고 지원금과 상업자본이 들어와서 재래시장에 난

데없는 훈풍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호사가 반갑지 않습니다 모 여배우의 티

켓이 수분 만에 매진되고 영화감독이 무대로 소풍 나오고 자본가나 자본그룹과

연결된 기운 센 스타들이 무대로 와서 연극을 했습니다 명분도 없이 저는 쓸쓸했

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예매의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멜로와 코미디 에로물이

고 그나마 주제의식 미학과 기개가 살아있는 작품은 학생단체나 마니아층의 전

유물이 되어 유료관객이 적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도 연극다운 연극이 만들어

지는 동안 연극답지 않은 연극이 더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극

다운 연극은 개인차가 있어서 딱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보는 순

간 lsquo이런 것이 연극이었고 그래서 내가 굳이 연극을 하고 있구나rsquo 깨닫는 내 마음

에 드는 연극입니다 亂廛이 생겼다고 탓할 수 없는 자본사회지만 무언가 답답합

니다 그러다보니 亂戰입니다

난전亂戰

방해 없이 쬐던 햇볕을 주변 나무들이 방해한다 햇볕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부

대끼고 급기야 나무를 베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난전亂戰이다

국립극장이 홍역을 앓는 동안 중대형 극장들은 각각의 기치 아래 명품이냐 동시

대냐 브랜드냐로 차별하며 전쟁을 치루고 관록 있는 기획사와 연예기획사() 토

착기획사는 앞다퉈가며 연예인과 흥행성 작품성과 홍보마케팅을 차별화하면서

작은 연극시장의 관객을 N분의 1씩 대부분 나눠 가졌다 물론 순수연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올림픽과 각종 페스티벌로 볼거리가 넘쳐났고 지원금도 고루 혜

택을 받았다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연극인들은 대부분 쉴 새 없이 바빴다 그나

마 좋은 일이지만 솔직하게는 그것도 어딘가 모르게 억지스러웠다 마냥 바쁘고

상기된 채 고군분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세상은 무심하게

3D 4D 무선인터넷에 스마트폰에 소셜네트워크에 소비자가 값을 매기는 티켓몬

스터까지 엎친데 덮쳐왔다 아 연평도까지 올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 감각에는

패러다임이 진짜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제일 겁나는 難戰이 시작되었다

난전難戰

숲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hellip난전難戰이다

정말이지 곤란한 싸움이고 말이 안 되는 게임이다 여가를 선용하거나 문화적 향

수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 칠 때 그들이 모든 편리하고 훌륭한 첨단의

볼거리와 오락거리를 제쳐두고 연극을 볼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번거롭고 좌

석이 불편하며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연극을 말이다 그래도 이 바쁘기만 한

시대에 lsquo연극은 미덕이 있어rsquo라고 되뇌다가 또 잠깐 소일하다 서늘해서 깨어보니

연극은 어느새 대륙에서 떨어진 섬이 되어버렸다 특히 2010년에 그런 느낌을 받

았다 내 얘기라서 안됐지만 연극을 업으로 삼고 증조모 장모 아이 둘을 키우며

20명이 넘는 극단을 꾸리고 달래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어찌 곤란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안으로는 연극을 만만하게 보고 뛰어드는 대중극과 관객지향적 오락극이

범람하고 밖으로는 디지털의 격랑이 해일처럼 세상을 쓸고 있는데 연평도처럼 작

은 연극의 섬에서 우리가 제가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숙제

만 있고 답은 연구되지 않아 분분하기만 한 2010년이었던 것 같다 내 발등의 불도

문제였지만 동네에 난 불이 더 살벌하게 느껴졌다 2010년은 최소한 내게 있어서

연극이 분명한 위기에 당면해 있고 그 처한 상황을 심각하게 응시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했던 한 해였다 이제 장렬한 산화만이 남았을까

2011년에는 난전을 알로 바꿔야 한다 신선하고 건강한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그

렇게 부화된 새가 날 수 있길 바란다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극작가연출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1년 옥랑희곡상 2006년 lsquo오늘의 젊은예술

가상rsquo 연극 부문 등을 수상하며 연출가 겸 극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경기도립

극단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2010 서울연극제에서는 lt들소의 달gt로 우수상을 수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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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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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탈음입연(脫音入演) 장르

CJ엔터테인먼트의 연극 제작 진출 본격화

lsquo무대가 좋다rsquo 시리즈(lt풀 포 러브gt lt클로저gt lt프루프gt lt트루 웨스트) 및 연희단거

리패 lt오구gt 제작 참여

뮤지컬 제작사들의 연극 제작 전환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신시컴퍼니 전환 뮤지컬 해븐의 연극 브랜드(노네임 씨어

터 컴퍼니) 런칭

연극은 과거 산업적인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지만 뮤지컬이 상대적으로 흥행 부

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연극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보인

lsquo무대가좋다rsquo 시리즈를 과거 lsquo연극열전rsquo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연극열전이 연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다면 이것은 연극의 자본화 즉

머니게임에서 충실한 작품으로서의 연극을 개발하려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시장의 논리다

이를 보는 세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 제작자 자본의 입장은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이

상품이 된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 둘째 배우 입장은 이제 lsquo감독의 예술rsquo이 아닌

lsquo배우의 예술rsquo로서의 연극을 자각하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개런티를 깎

으면서 연극을 출연할 수 있었다 셋째 문화 수요자로서 문화적 욕망을 충족 받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화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

들 1966년 1968년 1976년생들이다 이 때 하루에 백만 명 안팎으로 태어났는데

이들이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영화 한국가요 시장에 돌풍

을 주도했던 세대이다 지금의 공연시장에서도 이 세대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이것을 단순히 돈 많은 곳에서 연극을 상업화 한다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 배

우 수요자 이 삼자가 함께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극장

대학로 공연장 숫자 변화

1998년 31개(400여석)rarr2004년 54개(9292석)rarr2010년 (건설 중인 극장 포함)

140여개(2만석 이상) 등 연평균 20개(1997년 이전 극장 숫자)씩 증가

공연장의 서울 전역 확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487석)+한남동 쇼파크(1500석)+목동 예술인회관

(1000석)+신도림역 다큐브시티(1250+450석)

지금 대학로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많은 중대형 극장들이 생기고 있다 영등

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 한남동 쇼파크 목동 예술인회관 신도림역 다큐브시

티 등인데 과연 그 공간을 채울만한 콘텐츠가 있는가 아직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문제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공연예술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일류(日流)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의 빈곤

일본 원작 연극 흥행성과 예술성에서 약진

미나티 고키 원작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의 연이은 흥행돌풍에 이어 고

카미 쇼지 원작의 lt연애희곡gt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lt잠 못드는 밤은 없다gt 등이

저력을 보이며 가족극 중심의 한국연극이 극복해야할 과제를 제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A급 연극이 아닌 B급 연극이다 대중들이 보기에 이야기가 탄

탄하고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고 무대 볼거리가 있는 B급 연극을 가장 원한다 이

러한 연극을 제작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는 것이 일본 콘텐츠이다

미타니 고키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 은 극적 구성력이 탄탄하고 대중

적인 폭발력이 있다 우리 작가들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되거

나 번역극으로 공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작품들이 단순히 흥행성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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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아니다 2009년부터 5편이 무대에 오른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은 좋았다

관객 평도 좋았고 관객 몰입도 나쁘지 않았다

아까 언급했던 탈음입연(脫音入演)과 관련이 있는데 뮤지컬에서는 한류열풍으로

일본 관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면 연극에서는 일본극작가들 대본 극작가의 힘으

로 일본 작품들이 한국시장을 알게 모르게 잠식하고 있다 내가 말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예술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 꼽는 작품이 아니라 잘 만들어지고 대중적

이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굉장히 부족하다

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은 사자들lsquo가난한 연극rsquo의 풍년

동이향 김지훈 이헌

동이향의 lsquo시적 리얼리즘rsquo(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 김지훈의 lsquo가

난한 소크라테스rsquo(lt원전유서gt lt방바닥 긁는 남자gt lt길바닥에 나앉다gt) lsquo여자 김지

훈rsquo 이헌(lt이오카스테gt)의 저력

젊은 여자연출가들의 활약

lt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gt(조최효정) lt우릴 봤을까gt lt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

어gt의 김한내 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의 동이향

극적 반전이 뛰어난 작품들 부각

lt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gt(김숙종 작) lt하땅세gt(윤시중 연출) lt천국에서의 마

지막 계절gt(이시원 작)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연출가

들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극적 반전이 재미있는 이 작품들

은 100석 미만의 극장에서 했지만 실제 보면 좋은 작품이고 굉장히 재미있다 A

급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라고 생각한다 상업자본이 들어와 대형화된 작품과는 반대로 최소 자본으로 재

미있게 꾸려가는 2인극 작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2인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hybrid)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

lt청춘밴드gt lt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gt lt천변카

페gt의 뒤를 이은 lt천변카바레gt

SF연극의 등장

lt나는 오늘 개를 낳았다gt lt스페이스 치킨 오페라gt

올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고 다양한 요소들을 들여왔

다 SF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인간보다

동물을 우선시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노풍(老風)

노배우들의 활약

환갑 이상의 세 배우가 출연한 lt포옹 그리고 50년gt lt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gt

이호재 칠순헌정공연 lt그대를 속일지라도gt lt드라이빙 미스 데이지gt의 신구(74)

lt메카로 가는 길gt의 서이석(60) 모노드라마 lt내일 날이 밝으면gt의 양동군(81)

과거에는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연극에 젊은 배우들이 출연했었는데 올해는 특히

실제 6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많았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국립극단의 변신

올해 환갑 맞은 국립극단의 법인화(7월) 외국인 예술감독(지차트코프스키) 기용

논란 끝에 손진책 예술감독 취임(11월) 용산 옛 수송기지 터에 터전 마련

요즘은 몸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연극이 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언어

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연극계에서 특히 화술이 떨어지는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배우가 말을 하는데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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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대극장으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훈련된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연극의 내실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극작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한다면 언젠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9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 기자이며 매주 공연리뷰

코너인 lsquo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rsquo을 연재하고 있다 『곰을 피하는 방법-권재현 기자

의 한잔의 선식』 『21세기 신천재들』(공저) 『스타가 말하는 스타』(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국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는 lsquo매너리즘rsquo을 키워드로 꼽을까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lsquo컨템포러리rsquo를 선택했다

2010년 국내 무용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창의적 작품 무용수보다는 안

무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논의된 한해였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혹은 어떠한 상태와 조건에 처해있던 간에 창의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대

응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가장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도 한국적 창작 발레의 레퍼

토리화가 대두되면서 국립발레단의 lt왕자호동gt 유니버설발레단의 lt심청gt이 고

정 레퍼토리화 차원에서 공연되었다 여기에 여타의 다른 발레단들도 의욕적으로

창작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춤의 경우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이

에 대한 적응 국제교류 전문 무용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창의적이

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의 반영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무용

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적의 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전 작업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방법론 소재만 달라졌을 뿐 형식은 똑같은

작품들의 대량 복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 대두에 맞추어

2010년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창의성 문제를 되짚

어 보고자 한다

컨템포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적 창작발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립발

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계 내에서 상징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이 무용 분야에서 가장 강하므로 대외적

인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높고 티켓 파워가 가장 막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절대수가 높은 저작권을 내고 수입한 작품들이라는 것 두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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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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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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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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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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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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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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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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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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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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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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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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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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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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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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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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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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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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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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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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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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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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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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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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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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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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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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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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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FSS Handbook

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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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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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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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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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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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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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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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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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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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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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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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탈음입연(脫音入演) 장르

CJ엔터테인먼트의 연극 제작 진출 본격화

lsquo무대가 좋다rsquo 시리즈(lt풀 포 러브gt lt클로저gt lt프루프gt lt트루 웨스트) 및 연희단거

리패 lt오구gt 제작 참여

뮤지컬 제작사들의 연극 제작 전환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신시컴퍼니 전환 뮤지컬 해븐의 연극 브랜드(노네임 씨어

터 컴퍼니) 런칭

연극은 과거 산업적인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지만 뮤지컬이 상대적으로 흥행 부

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연극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보인

lsquo무대가좋다rsquo 시리즈를 과거 lsquo연극열전rsquo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연극열전이 연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다면 이것은 연극의 자본화 즉

머니게임에서 충실한 작품으로서의 연극을 개발하려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시장의 논리다

이를 보는 세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 제작자 자본의 입장은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이

상품이 된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 둘째 배우 입장은 이제 lsquo감독의 예술rsquo이 아닌

lsquo배우의 예술rsquo로서의 연극을 자각하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개런티를 깎

으면서 연극을 출연할 수 있었다 셋째 문화 수요자로서 문화적 욕망을 충족 받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화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

들 1966년 1968년 1976년생들이다 이 때 하루에 백만 명 안팎으로 태어났는데

이들이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영화 한국가요 시장에 돌풍

을 주도했던 세대이다 지금의 공연시장에서도 이 세대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이것을 단순히 돈 많은 곳에서 연극을 상업화 한다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 배

우 수요자 이 삼자가 함께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극장

대학로 공연장 숫자 변화

1998년 31개(400여석)rarr2004년 54개(9292석)rarr2010년 (건설 중인 극장 포함)

140여개(2만석 이상) 등 연평균 20개(1997년 이전 극장 숫자)씩 증가

공연장의 서울 전역 확대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487석)+한남동 쇼파크(1500석)+목동 예술인회관

(1000석)+신도림역 다큐브시티(1250+450석)

지금 대학로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많은 중대형 극장들이 생기고 있다 영등

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 한남동 쇼파크 목동 예술인회관 신도림역 다큐브시

티 등인데 과연 그 공간을 채울만한 콘텐츠가 있는가 아직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문제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공연예술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일류(日流)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의 빈곤

일본 원작 연극 흥행성과 예술성에서 약진

미나티 고키 원작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의 연이은 흥행돌풍에 이어 고

카미 쇼지 원작의 lt연애희곡gt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lt잠 못드는 밤은 없다gt 등이

저력을 보이며 가족극 중심의 한국연극이 극복해야할 과제를 제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A급 연극이 아닌 B급 연극이다 대중들이 보기에 이야기가 탄

탄하고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고 무대 볼거리가 있는 B급 연극을 가장 원한다 이

러한 연극을 제작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는 것이 일본 콘텐츠이다

미타니 고키의 lt웃음의 대학gt lt너와 함께라면gt 은 극적 구성력이 탄탄하고 대중

적인 폭발력이 있다 우리 작가들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되거

나 번역극으로 공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작품들이 단순히 흥행성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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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아니다 2009년부터 5편이 무대에 오른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은 좋았다

관객 평도 좋았고 관객 몰입도 나쁘지 않았다

아까 언급했던 탈음입연(脫音入演)과 관련이 있는데 뮤지컬에서는 한류열풍으로

일본 관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면 연극에서는 일본극작가들 대본 극작가의 힘으

로 일본 작품들이 한국시장을 알게 모르게 잠식하고 있다 내가 말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예술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 꼽는 작품이 아니라 잘 만들어지고 대중적

이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굉장히 부족하다

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은 사자들lsquo가난한 연극rsquo의 풍년

동이향 김지훈 이헌

동이향의 lsquo시적 리얼리즘rsquo(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 김지훈의 lsquo가

난한 소크라테스rsquo(lt원전유서gt lt방바닥 긁는 남자gt lt길바닥에 나앉다gt) lsquo여자 김지

훈rsquo 이헌(lt이오카스테gt)의 저력

젊은 여자연출가들의 활약

lt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gt(조최효정) lt우릴 봤을까gt lt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

어gt의 김한내 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의 동이향

극적 반전이 뛰어난 작품들 부각

lt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gt(김숙종 작) lt하땅세gt(윤시중 연출) lt천국에서의 마

지막 계절gt(이시원 작)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연출가

들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극적 반전이 재미있는 이 작품들

은 100석 미만의 극장에서 했지만 실제 보면 좋은 작품이고 굉장히 재미있다 A

급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라고 생각한다 상업자본이 들어와 대형화된 작품과는 반대로 최소 자본으로 재

미있게 꾸려가는 2인극 작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2인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hybrid)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

lt청춘밴드gt lt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gt lt천변카

페gt의 뒤를 이은 lt천변카바레gt

SF연극의 등장

lt나는 오늘 개를 낳았다gt lt스페이스 치킨 오페라gt

올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고 다양한 요소들을 들여왔

다 SF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인간보다

동물을 우선시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노풍(老風)

노배우들의 활약

환갑 이상의 세 배우가 출연한 lt포옹 그리고 50년gt lt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gt

이호재 칠순헌정공연 lt그대를 속일지라도gt lt드라이빙 미스 데이지gt의 신구(74)

lt메카로 가는 길gt의 서이석(60) 모노드라마 lt내일 날이 밝으면gt의 양동군(81)

과거에는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연극에 젊은 배우들이 출연했었는데 올해는 특히

실제 6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많았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국립극단의 변신

올해 환갑 맞은 국립극단의 법인화(7월) 외국인 예술감독(지차트코프스키) 기용

논란 끝에 손진책 예술감독 취임(11월) 용산 옛 수송기지 터에 터전 마련

요즘은 몸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연극이 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언어

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연극계에서 특히 화술이 떨어지는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배우가 말을 하는데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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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대극장으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훈련된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연극의 내실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극작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한다면 언젠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9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 기자이며 매주 공연리뷰

코너인 lsquo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rsquo을 연재하고 있다 『곰을 피하는 방법-권재현 기자

의 한잔의 선식』 『21세기 신천재들』(공저) 『스타가 말하는 스타』(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국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는 lsquo매너리즘rsquo을 키워드로 꼽을까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lsquo컨템포러리rsquo를 선택했다

2010년 국내 무용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창의적 작품 무용수보다는 안

무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논의된 한해였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혹은 어떠한 상태와 조건에 처해있던 간에 창의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대

응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가장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도 한국적 창작 발레의 레퍼

토리화가 대두되면서 국립발레단의 lt왕자호동gt 유니버설발레단의 lt심청gt이 고

정 레퍼토리화 차원에서 공연되었다 여기에 여타의 다른 발레단들도 의욕적으로

창작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춤의 경우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이

에 대한 적응 국제교류 전문 무용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창의적이

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의 반영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무용

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적의 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전 작업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방법론 소재만 달라졌을 뿐 형식은 똑같은

작품들의 대량 복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 대두에 맞추어

2010년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창의성 문제를 되짚

어 보고자 한다

컨템포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적 창작발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립발

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계 내에서 상징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이 무용 분야에서 가장 강하므로 대외적

인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높고 티켓 파워가 가장 막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절대수가 높은 저작권을 내고 수입한 작품들이라는 것 두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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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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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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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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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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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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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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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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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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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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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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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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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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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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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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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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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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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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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5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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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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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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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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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FSS Handbook

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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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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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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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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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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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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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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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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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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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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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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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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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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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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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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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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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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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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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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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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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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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아니다 2009년부터 5편이 무대에 오른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은 좋았다

관객 평도 좋았고 관객 몰입도 나쁘지 않았다

아까 언급했던 탈음입연(脫音入演)과 관련이 있는데 뮤지컬에서는 한류열풍으로

일본 관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면 연극에서는 일본극작가들 대본 극작가의 힘으

로 일본 작품들이 한국시장을 알게 모르게 잠식하고 있다 내가 말한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은 예술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 꼽는 작품이 아니라 잘 만들어지고 대중적

이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굉장히 부족하다

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은 사자들lsquo가난한 연극rsquo의 풍년

동이향 김지훈 이헌

동이향의 lsquo시적 리얼리즘rsquo(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 김지훈의 lsquo가

난한 소크라테스rsquo(lt원전유서gt lt방바닥 긁는 남자gt lt길바닥에 나앉다gt) lsquo여자 김지

훈rsquo 이헌(lt이오카스테gt)의 저력

젊은 여자연출가들의 활약

lt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gt(조최효정) lt우릴 봤을까gt lt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

어gt의 김한내 lt당신의 잠gt lt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gt의 동이향

극적 반전이 뛰어난 작품들 부각

lt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gt(김숙종 작) lt하땅세gt(윤시중 연출) lt천국에서의 마

지막 계절gt(이시원 작)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연출가

들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극적 반전이 재미있는 이 작품들

은 100석 미만의 극장에서 했지만 실제 보면 좋은 작품이고 굉장히 재미있다 A

급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lsquo웰 메이드 연극rsquo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라고 생각한다 상업자본이 들어와 대형화된 작품과는 반대로 최소 자본으로 재

미있게 꾸려가는 2인극 작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2인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hybrid)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

lt청춘밴드gt lt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gt lt천변카

페gt의 뒤를 이은 lt천변카바레gt

SF연극의 등장

lt나는 오늘 개를 낳았다gt lt스페이스 치킨 오페라gt

올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고 다양한 요소들을 들여왔

다 SF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인간보다

동물을 우선시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노풍(老風)

노배우들의 활약

환갑 이상의 세 배우가 출연한 lt포옹 그리고 50년gt lt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gt

이호재 칠순헌정공연 lt그대를 속일지라도gt lt드라이빙 미스 데이지gt의 신구(74)

lt메카로 가는 길gt의 서이석(60) 모노드라마 lt내일 날이 밝으면gt의 양동군(81)

과거에는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연극에 젊은 배우들이 출연했었는데 올해는 특히

실제 6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많았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국립극단의 변신

올해 환갑 맞은 국립극단의 법인화(7월) 외국인 예술감독(지차트코프스키) 기용

논란 끝에 손진책 예술감독 취임(11월) 용산 옛 수송기지 터에 터전 마련

요즘은 몸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연극이 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언어

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연극계에서 특히 화술이 떨어지는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배우가 말을 하는데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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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대극장으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훈련된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연극의 내실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극작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한다면 언젠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9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 기자이며 매주 공연리뷰

코너인 lsquo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rsquo을 연재하고 있다 『곰을 피하는 방법-권재현 기자

의 한잔의 선식』 『21세기 신천재들』(공저) 『스타가 말하는 스타』(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국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는 lsquo매너리즘rsquo을 키워드로 꼽을까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lsquo컨템포러리rsquo를 선택했다

2010년 국내 무용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창의적 작품 무용수보다는 안

무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논의된 한해였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혹은 어떠한 상태와 조건에 처해있던 간에 창의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대

응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가장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도 한국적 창작 발레의 레퍼

토리화가 대두되면서 국립발레단의 lt왕자호동gt 유니버설발레단의 lt심청gt이 고

정 레퍼토리화 차원에서 공연되었다 여기에 여타의 다른 발레단들도 의욕적으로

창작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춤의 경우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이

에 대한 적응 국제교류 전문 무용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창의적이

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의 반영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무용

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적의 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전 작업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방법론 소재만 달라졌을 뿐 형식은 똑같은

작품들의 대량 복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 대두에 맞추어

2010년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창의성 문제를 되짚

어 보고자 한다

컨템포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적 창작발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립발

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계 내에서 상징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이 무용 분야에서 가장 강하므로 대외적

인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높고 티켓 파워가 가장 막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절대수가 높은 저작권을 내고 수입한 작품들이라는 것 두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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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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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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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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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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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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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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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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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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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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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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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FSS Handbook

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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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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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2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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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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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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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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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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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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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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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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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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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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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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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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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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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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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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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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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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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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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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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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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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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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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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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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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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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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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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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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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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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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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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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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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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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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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대극장으로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훈련된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연극의 내실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극작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한다면 언젠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1995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문화부 기자이며 매주 공연리뷰

코너인 lsquo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rsquo을 연재하고 있다 『곰을 피하는 방법-권재현 기자

의 한잔의 선식』 『21세기 신천재들』(공저) 『스타가 말하는 스타』(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한국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는 lsquo매너리즘rsquo을 키워드로 꼽을까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lsquo컨템포러리rsquo를 선택했다

2010년 국내 무용계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창의적 작품 무용수보다는 안

무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논의된 한해였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혹은 어떠한 상태와 조건에 처해있던 간에 창의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대

응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가장

보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도 한국적 창작 발레의 레퍼

토리화가 대두되면서 국립발레단의 lt왕자호동gt 유니버설발레단의 lt심청gt이 고

정 레퍼토리화 차원에서 공연되었다 여기에 여타의 다른 발레단들도 의욕적으로

창작 작품 제작에 임하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춤의 경우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이

에 대한 적응 국제교류 전문 무용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창의적이

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의 반영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국내 창작무용

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적의 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전 작업 방식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방법론 소재만 달라졌을 뿐 형식은 똑같은

작품들의 대량 복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 대두에 맞추어

2010년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창의성 문제를 되짚

어 보고자 한다

컨템포러리 발레(Contemporary Ballet)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적 창작발레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립발

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계 내에서 상징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중성이 무용 분야에서 가장 강하므로 대외적

인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높고 티켓 파워가 가장 막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

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절대수가 높은 저작권을 내고 수입한 작품들이라는 것 두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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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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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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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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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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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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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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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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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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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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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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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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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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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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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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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5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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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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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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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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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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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FSS Handbook

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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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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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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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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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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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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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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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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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FSS Handbook

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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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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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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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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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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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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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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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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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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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지금까지 얘기한 세 가지 키워드가 현재 진행형 또는 과거형과 연결되어있다고 있

다면 미래지향적인 코드로 커뮤니티 댄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중심으로 예술지원정책이 변화하면서 환경과 공간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이 적극 개발 및 보급되며 그 내용이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있

다 일례로 무용계에서도 lsquo상주단체 지원제도rsquo가 최근 크게 각광받아 많은 단체들

이 수혜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주(Residence)하는 예술단체의 정

책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역할과 쇄신의지가 부족하여 이전에 받

았던 직접지원의 형태 즉 제작비 일부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예술경영과 행정조차 단순히 예술단체 및 관련기관 조직운영 및 행사지원 차

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사회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 가능한지와 이에

대한 적극적 모색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실행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무용가

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들의 적극적 교류와 창의성 함양을 위한 무용 레지던시의 경우에도 단순한

예술가들만의 교류에서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가 속한 사회 혹은 거

주하고 있는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는 2차적 대안으로서의 공간으

로 새롭게 인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

의 역할과 발전 가능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사업인 lsquo찾아가는 문

화예술rsquo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적극 소개하는 취지를 담

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간혹

지역 주민(혹은 특정 집단)들의 상황과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진정한 소통을 하는

문화예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연자와 감상자의 관계가 수

직적이고도 일방적 관계 연계 가능성 전무 향후 사업과의 지속성이 어렵다는 차

원에서 그 대안으로 Local Arts로서의 Community Dance가 최근 무용계에 소개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정기 심포지엄(2010년 11월 23일) 참조]

발레단의 국내의 위치와 의미 상 한국적 창작발레를 자체적으로 개발 고정 레퍼

토리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란 차원에서 lt왕자호동gt과 lt심청gt이 공연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되어

야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발레 안무가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내 안무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국제 교류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가 굉장히

많다 안성수 전미숙 LDP무용단 장은정 이선아 등 국내 11개 무용단이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유럽 8개국 13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주요 접

점인 뒤셀도르프의 TanzHaus를 비롯 프랑크푸르트의 Mousonturm을 포함한

lsquoKore-A movesrsquo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를 적극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밖에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무용축제(시댄스) 모다

페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국제교류는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

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무용 공연의 흐름과

경향에 비해 우리의 대응과 작품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예술적 미학적 담론 부재와 일정한 경향만 존재하는 작품들은 즉

각적이고도 대등한 관계의 교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2010년은 작품성 뛰어난 현대 창작 작품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도 절실했고 높았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작품들로 대응해

야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비전 제시에는 부정적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발레와 한국무용은 lsquo국립rsquo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현대무용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

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한국 창작무용 작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발 및

소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요구가 적극 수용되어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 부흥에 공적 기관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고 자리 매겨져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국내 안무가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원과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은 2010년도 국내 무용계 내에서

는 가장 큰 외적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단체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작

품성이 낙후된 담론과 논리가 아닌 컨템포러리한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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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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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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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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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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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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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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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FSS Handbook

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2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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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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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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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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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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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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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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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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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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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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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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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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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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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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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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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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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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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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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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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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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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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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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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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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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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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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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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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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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8: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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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 지역이나 기관에 머물면서 춤으로 변화와 치유 소통을 목적으로 진행

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 형태로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lsquo예

술적 사회rsquo를 이루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lsquo상주

단체 지원제도rsquo 차원에서 극장에 연습실을 두고 정기 작품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

소수의 수혜 단체는 이미 스스로도 극장이 위치한 지역 혹은 공간이 위치한 곳의

특징과 무용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교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

령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리홀 상주단체인 댄스씨어터 까두의 경우 지역 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춤은 언어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몸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건강함 덕분

에 현장성이 강하고 일반화되기 쉬운 장점이 존재한다 스포츠처럼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정서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다는 차원에서 계층과 집단을 마

음껏 넘나들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예술을 위한 춤으로서의 가

능성도 무한하지만 사회와 함께 하는 예술로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 차

원에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 lsquoCommunity Dancersquo에 보다 집중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외부 정책과 환경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과 일시적

변화가 아닌 무용가의 주체적인 변화 모색에 따른 lsquoCommunity Dancersquo로서의 다

채로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박성혜 무용평론가 [몸] 편집인

무용전문지 월간 [몸]의 편집인이자 무용평론가로 각종 일간지와 잡지에 무용 평문

을 게재하였다 현재 중앙대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며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출

판 레지던시 포럼을 주관하는 공연예술네트워크 판의 대표이기도 하다

박호빈

댄스씨어터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무용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나는 생계형 주문제작 전문 아티스트지만 아직 현장에 계속 남아있는 순수한 창

작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squo모색rsquo과 lsquo상주단체rsquo

이다

모색

사실 무용계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정체에 빠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창작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반 관객도 없다 그리고 소수의 무용 관련자들은 lsquo이제는

너무 질렸어rsquo 라며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듯이 그러

다 누군가 나타나면 그는 스폿 라이트를 받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스폿 라이트

는 그 안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것이 무용계 현실이다 기획자들 관련자들이 이것을 잘 알기에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활력을 주려했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으며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봤다 그렇게 기대되는 신인을 물색하던 중 사실 10

여 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현으로 감각적이면서 세계적 기량을 갖춘 무용

수들-모두가 한예종 출신은 아니더라도-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면서 큰 탄력을 받

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용수들이 엄청나게 급성장을 해왔고 그것에 일조한 것이

남성 무용수들이고 실제로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

자 그 감각이 익숙해졌다

엄청난 정보와 네트워크에 의해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의 감각이 굉장히

균일화 되었다 그래서 무용제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작품을 만들

어내는 안무가들은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수 없다 이유는 무용수들이 자꾸 춤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것 시각적으로 관객

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스타일을 찾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다 지금과 같은 영상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정보 접근 용이성의 확대는

빠른 모방에 의한 소모적 창작물을 확산시켰고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말이 실

감날 정도로 무용에 있어서 독창성의 한계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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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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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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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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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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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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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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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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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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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FSS Handbook

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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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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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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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N 1

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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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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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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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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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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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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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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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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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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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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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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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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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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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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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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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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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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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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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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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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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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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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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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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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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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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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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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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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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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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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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창작의 흐름을 보면 제작 시스템이 다변하고 다양한 컴퍼니가 만들어진다

컴퍼니가 단원을 두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공연팀이 프로젝

트화 된다 이는 좋은 무용수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으로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언어체계를 배우는 무용수들이 극히 드물고 그들이 기존 갖고 있는 언어

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상 작품자체는 일반적이 되고 안무가의 특성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안무가는 콘티를 구상하게 되면서 컨셉니스트 또는 연출형 안무가

가 되는 것이다 작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크다 그들이 다

른 곳에서 일부러 작품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해지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거 장르 간 접목형 만남에서 더러 융합(convergence)형으로

의 시도-무용중심 공연에서 다른 장르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가 빈

번해 졌다-라든지 해외와의 빈번한 교류와 나름 다국적 혹은 다문화의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이 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고 페스티벌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 혹은 공동안무 등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고 시도되고 있지

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레지던스 프

로그램은 결과물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아티스트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또 다른 창작

의 방법들이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 역시 도쿄아트센터에서 3년

간 외부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당시 최첨단 비주얼 작

업 방식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놀랐고 한국에 오자마자 사용하지 않던 휴

대폰을 바로 구입했었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예술에 적용되는가에 대

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었다

다시 말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안무가나 창작자들이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

고 다른 것들을 모색할 수 있는 모태 또는 돌파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결과물보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상주단체

정부의 창작지원 방식의 변화로 2009년 수도권에서부터 시행된 공연예술단체와

극장 간의 상주단체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

간 창작지원이 프로젝트별 지원에서 안무집중육성 지원으로 또 집중단체육성 지

원으로 변모했다면 이제는 극장 중심 지원방식으로 핵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호빈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무용수

듀엣작품 lt녹색 전갈의 비밀gt로 미국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서 호평을 받았고 2007년 PAF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총체적 개념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댄스씨어터 까두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

동하고 있다

아직은 상호협력 하의 완성된 제작방식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것은 한 공연단체가 공간적으로 지역성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 말은 공연단체가

속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거점 마

케팅에 의한 공연기획의 변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로 수요와 공급이 빈번히 일어

날 것처럼 보이나 아직은 그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기대될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lsquo의무적인 압박rsquo 보다는 그 단체가 그 지역에 어느 정도 헌

신할 수 있는가 아티스트의 재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

는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커

뮤니티를 통해서 무용이 무엇이고 무용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누구인가를 알아

갈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

을 것이다

사 회 _ 우 연

1960년대 lsquo대학무용단rsquo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무용단이 1980년 1990년 지나면

서 lsquo독립무용단rsquo이라고 하는 홍승엽 안애순 박호빈 등의 독립 안무자 군단들이 컴퍼니

를 형성하며 새롭게 현대무용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이 나

타나고 있지만 다들 컴퍼니라는 이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여 다들 픽업그룹 댄서들

을 픽업하는 프로젝트그룹 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무용계의 지형이

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을 갖추고 컴퍼니로서 살림을 한다는 것 무용단을 꾸린

다는 것 자체가 흥부아버지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무용계에서 픽업그룹으로 변

화하면서 작품의 경향 성향 향후 반응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그것이 올해에 있어

서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는 것 국내에서의 활동보다는 국제적

인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소 비사회적인 장르 무용이 상주단체 제

도를 통해서 나름 사회화에 힘쓰게 되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등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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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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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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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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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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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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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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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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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FSS Handbook

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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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2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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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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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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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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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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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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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

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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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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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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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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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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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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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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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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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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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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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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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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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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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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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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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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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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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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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2

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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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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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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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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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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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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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10: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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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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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공연평론가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다원 분야 작품들에 대한 우편물이나 이메일을 받아보면 공연내용들이 몇 가지 용어

들로 반복 소개된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아티스트 협업 또는 새로운

미디어 등인데 이것은 마치 다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아 놓고 lsquo

당신들은 이것만 하라rsquo고 한 것처럼 너무나도 비슷한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lsquo공

연예술계의 이슈rsquo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 트렌디한 이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는 걸까 아티스트 스스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일까

내가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을 수집해 놓은 것이다 작품 소개의 포커스가 굉장히 유

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억

최근 많은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업의도에서 lsquo기억rsquo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각각이 의미하는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고 다원장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며

(lt의붓기억gt의 예) 올해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인문학 분야에서 lsquo기억rsquo

의 쟁점화)

lt벙어리 시인gt (얼라이브아츠 코모 홍은지 김바리 김지현 지미 세르 등)

기억의 수집가 흘려버린 순간의 사이를 걷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작가는 쓰는 행

위를 통해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확장시키며 기록을 남긴다 글 영상 사운

드 몸 등 매체는 다르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 작품은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적인 사고와 감정들이 서사를 넘어 새롭게 구조화된 은유적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정신적 오솔길을 형성하고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공

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lsquo수집rsquo은 과거에 있는 현재적 존재이다 급속도로 변

하고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지 묻는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ldquo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rdquo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

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

나『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

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 lt루츠 푀르스터gt (제롬 벨)

특정한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벨의 최근 연작들의 출발점은 파리 오페라 발

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브리지트 르페브르 단장의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벨은 무용수 중 한 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했

다 당시 은퇴를 앞두고 있던 베로니끄 두아노가 그 lsquo주인공rsquo이다 파리 오페

라에서는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무를 위한 많은 무용수들 중 한 명에 불과했지

만 벨의 작품에서는 드디어 모든 관심의 유일한 초점이 된다

본인의 이름이 곧 제목인 이 작품에서 두아노는 무대에 홀로 등장 군무 발레리

나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회상한다 무대 외곽에서 맴도는 군무 동작은 솔로의

모티브로 변형된다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이자 무용 작품이기도 한 영화는 파리

lsquo팔레 가르니에rsquo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ldquo2008년 피나 바우쉬는 내가 연출 제작한 lt베로니끄 두아노gt를 부퍼탈에서

열리는 자신의 페스티벌에 초청했다 lt베로니끄 두아노gt는 파리 오페라의 베로

니끄 두아노가 군무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풀어

내는 2004년의 솔로 작품이었고 아쉽게도 주인공 베로니끄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부퍼탈에서의 공연은 불가능했다 나는 대신 피나 바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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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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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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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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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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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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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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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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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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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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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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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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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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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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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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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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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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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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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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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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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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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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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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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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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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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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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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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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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11: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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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민미술관에서 동화면세점 사이의 횡단보도 청

계천변 SK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의 한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

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지하보도 등에서 동시다발적 해프닝이 일어나는 프

로젝트이다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장의 지도이고 그곳에는 찾아가 보

면 좋은 위치들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를 먼저 찾아가 어떤 사건 혹은

상황을 발견할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떤 순간에 어느 곳에서 만날 것인지(

공연자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는 전적으로 관객의 순간적 판단과 우연에

달렸다 lsquo공공예술rsquo과 lsquo장소특정적 연극rsquo임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 작품

은 광화문 네거리라는 특정한 도시 공간에 대한 lsquo연구rsquo이면서 lsquo실험rsquo이다 광

화문 네거리가 갖고 있는 서울에서의 상징적 위치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 광

장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 등은 이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

다 때문에 이 작품은 장소의 정치문화사회적 의미와 그곳에 모인 군중의 정

체성을 묻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 된다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에서 제시된 정보

로부터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며 무엇이 발견되고 무엇이 의미

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의미는 전적으로 관객의 개인적 경험

개인적 맥락과 관련된다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경험의 실재성 목격

자로서의 정체성일 텐데 사실 그조차도 실재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왜냐하

면 공연이라는 lsquo사건rsquo이 진행 중인 그 장소 그 시간에 자신이 관객 속에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존재함을 모르는 lsquo보는 자(관객의 정체성조차도 없

는 관객)rsquo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lsquo사건rsquo임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심상히 보고 지나쳤다 이 지점에

서 lsquo극적 사건(유의미한 사건)rsquo이란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발생하는가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된다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기획 연출)

서현석은 당대 사회저명인사들이 앞 다투어 입주했다는 이러했던 세운상가

를 이제 lsquo망각된 유토피아rsquo 혹은 lsquo헤테로토피아rsquo로 상정하고 참여자로 하여금

해당 장소를 탐험하도록 만든다 이 탐험에는 지도 한 장조차 주어지지 않는

데 그에 의하면 지도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체험의 물리성이나 감각의 구체성

을 모두 삭제한 채 그저 부감된 기호로만 바꾸는 매우 획일적이고 근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현석은 이러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

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장소를 탐험하며 때로는 헤매고 나아가 그 결과로 피

로가 누적되는 이러한 경험들이 개인의 서사를 구성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의 무용수와 같은 종류의 작품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했고 피나 바우쉬도 관심

을 보였다 얼마 후 탄츠테아터의 가장 열성적인 무용수 루츠 푀르스터와 친분

이 있는 프로듀서이자 드라마투르그 베티나 마우쉬가 만남을 주선했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rdquo

도시

키워드로 lsquo장소특정성(Site Specific)rsquo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lsquo장소

특정성rsquo이라는 것은 다원예술이나 극장예술에서 중요한 키워드였고 최근 2-3년

동안 만들어졌다라기 보다는 굉장히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lsquo도시rsquo라는 키워드를 만나면서 올해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lt헤테로

피아gt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예전에 있었던 장소특정성의 작품들은 막연하게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 또

는 이미 밖에 있던 환경 자체를 기성(Ready Made)의 무대장치 정도로만 생각했

거나 굳이 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도 상관없었던 작업이었다면

이 두 작품은 관념적이고 실험을 위한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lsquo도시rsquo를 꼽았다

도시를 주제로 한 장소특정적 공연들이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주목할 만한 성과

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공연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성취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관객은 lsquoaudiencersquo가 아닌 lsquopublicrsquo으로서의 존재한다 또한

어떤 작업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소 밖에서 해온 역할을 공연장소 안에서 재발견하

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lt자본론gt(리미니 프로토콜) lt죽은 고양이 반등gt(

크리스 콘덱) vs lt벽 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gt(이철성 유영봉 연

출))

lt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이경성 연출)

광화문 도심에서 이루어진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lt도시 이동

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이경성 연출)에서도 공연의

최종적 서사 구성과 의미 창출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은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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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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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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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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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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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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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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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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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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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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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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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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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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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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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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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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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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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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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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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FSS Handbook

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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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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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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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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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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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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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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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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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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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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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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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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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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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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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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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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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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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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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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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하여 결국에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체험으로써 근대적 산

물인 지도나 GPS 같은 것이 줄 수 없는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말한다 그럴 때 lsquo걷는다rsquo는 행위는 lsquo쓴다rsquo는 행

위와 동의어가 된다(실제 공연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녹음기와 테이프가 주어

진다 참여자는 그 테이프의 빈 공간에 자신의 서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

다) 이렇게 장소를 걸으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며

개인적 서사를 쓰는 작업은(예를 들어 나 같은 길치에 이정표 같은 것은 절대

로 못(안) 보면서 몸만 빠른 부주의한 참가자는 웬만해서는 헤맬 수 없게 촘

촘하게 기획된 골목 여정의 예견된 길을 종종 벗어나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

을 자주 받아야만 했다) 동시에 사라져 갈 운명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연구

이기도 한다 물론 이 전체를 기획한 기획자 역시 도시 연구자 못지않은 사전

작업과 자료 조사를 해야만 했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참여자 역시 공간을 헤매면서 세운상가라는 건물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이

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한 오늘의 맥락 그리고 그것에 의해 연상되고 상징

되는 근대의 그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소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리서치이자 탐구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신체와 경험 안으로 각인하는

일이며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상과 결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경험을 통해 쓰인 서사는 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은 예술가가 이제 절대적이고 유일한 창조자의 권위와 위치에서부터 기

획자 조정자 행정가 제안자의 위치로 물러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 작가

연출가 창조자의 위치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향유자들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의

미를 완성하는 자는 이제 작가가 아닌 참여자향유자인 것이다 작품들은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을 닮아있다 큰 그림의 기획 혹은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참가자들에게 지켜야하는 규칙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준 후 구체

적 실행과 퍼포밍은 전적으로 개개의 접속자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lsquo참가rsquo라는 방식이 성립되기 위하여 최소한 지켜

야 하는 규칙들과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작가 겸 연출가의 역

할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제시된

정보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로 무엇이 발견되고 무

엇이 의미화 될지는 연출도 배우도 알 수 없다 서사의 최종 완결자이자 의미의 구

축자는 참여자 즉 관객인 것이다

경계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련의 다원예술 작품에서 중요

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매체특정성의 lsquo재매개rsquo라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아트가 연극의 재연극화 미술의 가장 미술적인 것들을 추구해 왔다 한다면 그것

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실험들이 1970년 1980년대 이후부터 진행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고 있는 작품들은 가령 다시 전통적인 극장 안으

로 들어온다든가 전통적인 길놀이 형식을 활용한다든가 필름작업으로 다시 돌아

간다든가 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특

정성으로 돌아간다기 보다는 그런 매체로부터 탈취했던 경험과 함께 다시 그것을

재매개하는 방식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소특정성이라는 작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실과의 경계 허

구와 실제 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업들이 많았다 한다면 지금은 오히려 현

실 안에 프레임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것이 연극이 되거나 공연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lsquo경계rsquo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올해의 다원예술에서는 또한 lsquo허구rsquo와 lsquo실제rsquo에 대한 예술의 전통적 위계를 허무는

작업 매체 고유의 특성(장르적 특성과 그 경계)을 허무는 작업 혹은 재매개화 하

는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관습적 개념의 예술 예술 매체에 대한 경계 자체

에 변동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lsquo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을 시청 광장으로 데리고 가라rsquo lsquo공

방에서의 작품이 아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라rsquo라고 외치면

서 일상으로부터 예술을 구분해 내는 모든 형식적 테두리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대상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하

고자 함이었다 그리하여 형성물(작품)이 아니라 해프닝 표명 파괴를 결과로 택

했다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소통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20세기 후반 포

스트모더니즘 예술과 유사성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전하려 했던 것

은 속류 부르주아적 예술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부르주아지 사회에 대한 도전이

었지 예술 그 자체 미학적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들은 예술

형식이 지닌 고유의 특성 그 매체 자체의 미학적 특징에 대한 탐구에 여전히 집

중된 채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초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1960년대

이후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표면상으로는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지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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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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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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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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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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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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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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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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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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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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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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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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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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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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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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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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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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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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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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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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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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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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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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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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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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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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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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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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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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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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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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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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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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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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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FSS Handbook

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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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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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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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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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 추가되거나 또는 누락될 수 있으며 lt죽은 고양이 반등gt의 경우도 자료 조

사의 대상이나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어떤 경우

도 전체의 의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연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인

터넷 검색 사전 녹화된 인터뷰 영상 전화 통화 사진 역사 기록 다른 텍스트에

서 가져온 인용문(영화 장면들을 포함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믹싱과 재배

열 등의 매체들을 통해 제시된다 그런데 그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은 이 공연에

서 선택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지만 자료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하

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개개의 객체들은 언제든지 다른 작품에서 다시 재선택

되고 재배열되어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의 특성이다

다 60년대 이후의 네오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제 예술제도와 미적 개념 자체

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며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즘 즉 매체의 배타적 순수

성 절대적 보편적 초월적인 것으로서의 미적인 것(작품의 질로서) 다분히 엘리

트주의적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신념이라는 모더니즘 예술 개념의 종식을 가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더니즘적 예술 개념의 종식은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

반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시대를 만나 다시 변화를 보인다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매체 특정성의 재맥락화 매체의 재매개화이다 lt아마릴로gt에서는 눈앞에 실존하

는 배우의 신체가 동시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그 영상이 스크린 역할을 하

는 벽 위에 실시간으로 영사되는데 그 영상은 이미 기록되어 컴퓨터 시스템에 의

해 스크린에 재배열되거나 컴퓨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된 이미지와 함께

다시 믹싱되고 재맥락화 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럴 때 눈앞에 현존하는 신체는

오브제이며 물질이며 데이터이다 비디오카메라는 그것의 실제와 비실재를 합성

해 버린다 이미지들은 겹쳐지고 모니터에 투시되며 무대에 실존하는 몸과 그의

영상 그리고 다시 재현된 이미지가 겹쳐진다 공연은 무대 위의 몸에서 알아보기

힘든 것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도 하고 극의 내용상 실제로 신체에 가해졌을 수 있

는 위험한 사실(기차의 지붕에 올라탄 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의 이미지

를 관객이 좀더 실감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이미지와 현존은 벽에 투영된

이미지와 만나면서 가상과 현실을 허물고 심리 효과를 만든다 벽에 매달린 채 실

재하는 배우의 위태한 몸과 그 위로 영사된 영상이 다시 재구성해 내는 현실은 이

것을 재현이라 해야 할지 리얼이라 할지는 모호하게 만든다 그런데 영상과 사운

드는 기록의 매체이지 실시간 공연(live)의 매체는 아니다 이것을 이 공연은 라이

브 매체로 만든다 그것은 실시간 촬영되고 실시간 믹싱된다 기존의 매체가 지닌

매체 특수성으로부터 벗어나 재매개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일상과 허구 실재와 공연이라

는 경계의 와해이다 가상의 서사와 그 안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리허설하고 무

대 위에서 재현해 보이는 방식의 공연은 오늘날 종종 거부된다 lt자본론gt lt죽은

고양이 반등gt 등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작품에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직접적 개입은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의 구

성 방식은 뉴미디어적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lt자본론gt과 lt죽은 고양이 반등gt

은 전통적 드라마가 요구했던 서사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여러 가지 독립된 요소들을 병치 배열한다 각각의 공연에서 나열된 요소들은 상

호간에 논리적 연결성을 갖기는 하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lt자본론gt의 경우 다양한 인물의 사연들

이진아 숙명여대 교수 공연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희곡문학을 전공하였

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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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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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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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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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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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FSS Handbook

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5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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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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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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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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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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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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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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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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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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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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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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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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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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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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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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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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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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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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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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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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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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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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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2

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FSS Handbook

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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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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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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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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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14: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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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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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의 예술로의 도약을 lsquo시작rsquo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연예술가들의 lsquo동시대적 형식과 태도rsquo의 지향으로서의 본격적인 도

약이라기보다는 타 장르에서의 lsquo수혈rsquo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때문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오늘의 다원예술분야의 지형학을 그려봄으로서 동시대에서 감각(感覺)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동시대 예술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획득해가는 새

로운 형식과 태도와 그 수행과정에 대해 보다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동력을 획

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한 개념도

정치적 급진

미학적 급진

정치적 보수

미학적 보수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에서 lsquo횡단rsquo이나 lsquo변형rsquo이라는 단어는 현장과 담론

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

한 동시대예술에 한국공연예술의 지형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장르간 교합

이나 크로스오버 새장르공공예술 등과 같은 형식에의 실험 미학적 혁신성과 정

치적 혁신성이 교차하고 횡단하는 종과 단의 횡단보다는 lsquo덧붙임rsquo 정도의 실험이

많았다

올해 2010년은 사회정치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G20 아이

폰 소셜네트워크의 도입과 확장 등의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다원예술분야에서

는 미학적 혁신성과 정치적 혁신성을 횡단하면서 거리로 나온 예술의 사회적 개

입 시각예술가(미디어 사운드 아트 설치 사진 등)들의 극장에서의 공연 미술

관에서의 무용연극퍼포먼스 기획 등 다양한 층위의 공연예술분야들의 횡단이

내제화되고 본격화되기 lsquo시작하는rsquo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각

장르에서 이동하고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과 사회 예술과 예술 사이의 각각의 미

학들이 횡단하는 과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시기를 진단하는 키워드로서 본격

적으로 횡단하기 앞서 이동하는(Moving) 그리고 조형성이나 연극성이 변형하는

(Transforming) 이라는 보다 lsquo과정rsquo 중인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에 lsquo동사

(verb)rsquo 표현을 더해 생각해 본 도식(圖式)적인 키워드가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lsquo

이동하는(Moving) 변형하는(Transforming) 2010

다원예술은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특수한 맥락을 지닌 개념어이다 특수맥락이라

함은 기존의 연극 미술 무용에서 읽어내는 미학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

양한 접근(Approach)과 관점을 읽어냄과 동시에 모더니즘으로 구획된 장르 사이

에 위치하도록 하는 정책적 욕망 그리고 밀레니엄 전후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

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맥락을 말하는 것이다

다원예술은 말하자면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지향하는 일련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다원예술을 논의할 때 연출가를 중심

으로 논의하자면 주로 강화정 홍성민 정금형 원영오 등이 논의되어 왔다 이들

은 각각 연극 시각 무용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함으로서 무대의 새

로운 언어를 제시하거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식의 협업 과정 등을 통해 새

로운 시도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연출가들의 미학적 접근이나 성취는 장

르적 배경도 다르고 방법론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미학적 현실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lsquo오브제로서의 극장rsquo이나 lsquo해체하는 말과 사라지는 이야기rsquo lsquo인

간과 비인간rsquo 등 미학적 과정과 방법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서 성취해 나

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원예술분야에서의 2010년 lsquo지금의 예술rsquo의 현장은 10년 전인 밀레니엄 전후를

상기해 볼 때 lsquo한국만의 특수성이나 미학적 독창성rsquo을 논의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

지만 과거의 lsquo해체rsquo lsquo크로스오버rsquo lsquo전통과 현대rsquo 등의 시계열적 횡단을 넘어 lsquo이동

하고 횡단하는 rsquo미학적인 성숙함으로 담론이 형성되기 위한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

는 이른바 lsquo도약rsquo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더니즘적 구획을 넘

어 고유한 방식으로 lsquo미학과 이슈와 관점rsquo을 제시하고 있는 페스티벌 봄 페스티벌

장(場) 서울변방연극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LIG아트홀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

센터 나비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플랫폼 서울 미디어시티서울 등 다양

한 층위에서의 플랫폼(場)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와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 중심의 정책기제 일변도에서

점차 공공과 민간의 전문영역이 협업하고 점차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면서 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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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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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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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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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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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5

다가

올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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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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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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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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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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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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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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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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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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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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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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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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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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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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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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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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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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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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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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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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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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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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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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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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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FSS Handbook

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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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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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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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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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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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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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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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rsquo lsquo기억rsquo lsquo소멸rsquo lsquo욕망rsquo lsquo변신rsquo lsquo혼종rsquo lsquo대결rsquo lsquo게임rsquo 등 동시대의 화두 그리고 과정

의 예술 태도의 문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의 문제 예술과 자율성 예술과 사회

정치하는 예술 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극장 삶의 공간으로 횡단하는 예술

lt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gt 크리에이티브 VaQi 변방

연극제 이경성 연출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일대

lt헤테로토피아gt 서현석 연출 세운상가 을지로3가역 골목상가 일대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의 분쟁제기gt ps collective 김진주 연출 변방연극제 명

동-남산1호 터널 일대

lt불안하다gt 열혈예술청년단 윤서비 연출

lt링키지프로젝트gt LIG아트홀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여수 처음 중간 끝gt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연출 변방연극제 대학로예술극장

lt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gt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 토탈미술관 창무소

극장 명동삼일로창고극장

lt1동 28번지 차숙이네gt 극단 놀땅 최진아 연출 남산예술센터

lt곶나들이gt 극연구소 마찰 김철승 연출 통의동 보완여관

lt텐 빌리지 프로젝트gt 밝넝쿨 인정주 LIG아트홀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 FF프로젝트 서울시 일대

ltSound Map 프로젝트gt 문지문화원사이 SoundMedia

lt옥인프로젝트gt 옥인 Collective 옥인아파트 웹 백남준아트센터

ltListen to the city 프로젝트gt 웹 및 전시

이진아 교수가 말한 것 같이 lt도시연구gt lt헤테로토피아gt lt리스닝컴퍼니-남산에서

의 분쟁제기gt 이런 작품들은 도시 혹은 삶의 공간으로 뛰쳐나온 예술이다 그리고

lt불안하다gt 작품도 그런 공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ltI like Seoul

프로젝트gt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패러디 하여 트위터 사용자 인터넷 사용자들

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했던 작품이다

전시하는 극장 공연하는 전시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작가 정서영 기획 김장언 LIG아트홀

lt셋을 위한 목소리gt 양혜규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장

lt시네매지션gt 정연두 연출 남산예술센터 페스티벌 봄

lt조용한 글쓰기gt 이영준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오퍼레이션 플레이gt 남화연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ㅣㅣㅣㅣㅁgt 조전환amp서현석 연출 아르코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lt사운드디자이너 시리즈gt 권병준 류한길 최수환 LIG아트홀

lt밝은 비둘기 현숙씨-시리즈gt 양아치 연출 플랫폼 서울 문래예술공장 외

lttacitperform[1]gt Tacit Group 가재발 장재호 송원문화재단 LIG아트홀

ltMr Lee와 Mr Kim의 모험gt lt조용한 글쓰기gt라는 작품은 시각예술작가들이 극장

을 오브제화 하는 것 이상의 공연으로서의 뚜렷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하는 공연

백남준아트센터 개관전 ltNow Jumpgt(2008) 페스티벌 봄(2008-2010) 플랫폼 서

울(2008) 광주비엔날레(2010) ltSouthBank Centre-Move Choreographing

Yougt (2010) 등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

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자비에 르 로이(Xavier le Roy) 보

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티노 세갈(Tino Seghal) 등은 미학적 혁신성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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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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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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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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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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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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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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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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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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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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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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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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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FSS Handbook

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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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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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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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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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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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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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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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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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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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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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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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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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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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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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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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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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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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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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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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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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16: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FSS Handbook

3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1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화적 수행의 두 측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겠다

lt카바레 볼테르 카바레 볼테르gt 아르코미술관 페스티벌 봄

lt미술관 속을 뒤집다(Turning Museum Inside Out)gt

국립현대미술관 LPD무용단 공연예술네트워크 판

lt하는 전시gt 장현준_최은진_서영란展 갤러리175

lt달리는 늑대들gt

기획 김남수 외 정영두 김명신 이나현 정금형 김보라 공연 백남준아트센터1)

lt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gt

오자와 야스오 기획 Contact Gonzo 다이토 마나베 아키온다 외 백남준아트

센터

나의 경우 독립민간단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더하

거나 조금 덜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참

여 사회와의 만남 등이 자꾸 웃고 즐기면서 끝나거나 쉽고 설명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연들로 나오는 경향이 이제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

게 자신의 예술적 언어들의 지형도를 그려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 다원예술 분

야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시작이 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1)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0월-11월에 걸쳐 lsquoOut of Time Out of Space Out of Performancersquo(커미셔너 오자와

야스오)라는 주제와 lsquo테크놀로지rsquo lsquo해프닝rsquo lsquo설치rsquo lsquoMaterialrsquo lsquo기억(Memory)rsquo라는 키워드로 일본작가 Contact Gonzo 마나토 와타베 아키온다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

지금 이 순간(瞬間)-NOW

침묵(沈黙)-Silence

10초만 침묵해 보자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예측하면서 표피적인 특정 아

티스트나 그룹을 얘기하기보다는 내가 감지하는 lsquo변화rsquo와 그 요인에 대해 얘기하

고 싶었다

첫 번째 떠오른 것이 우뇌(右腦 Right Brain Method)였다 좌뇌가 지성적 직선

적 조직적 말을 만드는 언어적 뇌라면 우뇌는 직관적 전일적 감각적 예술경험

과 관련된 창의적 뇌다 앞으로 우뇌론이 내 작업뿐만 아니라 예술계 모든 장르에

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뇌를 본

격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던 예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얘기한다면 현재 서양음악이 닥쳐있는 총체적인 문제 그것 역시 좌뇌

의 역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나는 체험적으로 생각했다 국악계에서는 작곡가들

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룹들이 많아졌다는 lsquo변화rsquo를 읽을 수 있다 연주자들이 스스

로 그룹을 만들고 창작을 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 내가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총보를 보고 지휘했고 단원

들은 파트보를 보고 연주했다 파트보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국악의 역

사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파트보를 본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사귀를 본다는 것으로

전체를 보는 시각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전통음악이 갖고 있

었던 창조성의 원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창조성의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대학에서 연극이론 및 연출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포장마차 프로그래머와 강화정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정금형 영국투어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 돌출춤판 및 토요춤판 크리에이티브 바키 유진규네 몸짓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이자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음악

원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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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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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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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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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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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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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9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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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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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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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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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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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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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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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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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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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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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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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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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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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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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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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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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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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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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17: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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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막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전통음악의 의미가 현대음악으로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squo산조rsquo 같

은 것인데 본격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고 그 방법론이 재평가되고 있다

산조는 영원히 컨템포러리 음악일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갖고 있다 산조는 자신이

그 순간에 떠오는 것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자신의

연주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과 기교의 극단적인 지점을 갖고 있어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음악은 우리나라와 인도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복제되

고 카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음악가 중 lsquo자신rsquo의 산조를 하는 사

람들은 거의 없다 무슨 류의 산조를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조가 죽은 예술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

인의 실체성과 내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연주의 극단적인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우뇌로부터 오는 것이다

내가 이끄는 lsquo바람곶rsquo 장영규씨가 이끄는 lsquo비빙rsquo 허윤정씨가 이끄는 lsquo토리앙상블rsquo

등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하는 이 세 팀이 워멕스(WOMEX)에서 오프닝콘서트를

했고 공연 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의 얘기는 월드뮤직도 서양음악도 총체

적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오프닝콘서트에서 보여줬던

특히 연주자들이 풀어내는 현대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

을 가라며 지지해 줬다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많은 암시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

이 우리 세 팀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변화의 큰 요인이다

참고로 우뇌가 발달되면 어떤 것이 느껴지는지 간단하게 하지만 아주 거창한 얘

기를 하겠다 부처가 설교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부처 여러분이 설교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라 가정해보자 내가 연꽃을 띄웠다 그리고 웃었다 그랬더니 사람들

중 lsquo마하바섬rsquo이라는 사람이 웃었다 부처가 자기 먹통을 전달해줬다 여기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현대적인 용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

이 존 케이지의 말이다 ldquoI Have Nothing to say and Im saying itrdquo

나는 위의 말처럼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

해서 예술을 한다 그리고 동양의 한국 전통음악을 갖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

는 것은 사실 그런 궁극적인 지점을 추구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의 키워드는 앞으로 우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뇌란 총합적이고 직관적

이고 전일적이고 총체적인 체험을 하는 것 창의성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우뇌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침묵하자고 했던 것처럼 전체와 개인이 느

낄 수 있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젊은 그룹들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퓨전국악은 어떤 음악을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소

통할 수 있다고 미리 설정한 것으로 연주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나온 음악 아니다 어설픈 아이디어로

대중적인 것을 찾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음악을 퓨전국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이냐 그것은 속도의 문제도 기교의 문제도 아니

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설정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연주자의 음악이고 그것이 공연음악의

포인트이다

내가 뽑은 세 개의 키워드 lsquo우뇌의 창의성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는 진실성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침묵rsquo을 통해서 미래의 음악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원 일 바람곶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대종상 영화음악상 KBS 국악대상 작곡상 등을 수상한 연주자 및 작곡가 음악감독

으로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이자 한

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활동 외에도 다양한 스

타일의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등의 현대예술 무대에서 전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펼쳐나간다

사 회 _ 우 연

올해 음악계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워멕스 오프닝을 한국음악으로 75분간 공연한 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음악씬에서 현대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이 오프닝

공연에 대해 ldquo하얀색 마약을 탄 한국식 두부를 먹고 취한 듯rdquo이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전부 몽롱하게 취

한 자세로 듣다가 기립박수를 쳤던 공연에 대한 리뷰였다

원일 씨는 우리가 켜켜이 뒷전에 밀어놨던 전통음악이 지금 월드뮤직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spiritual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뇌를 거론한 것은 서양음악의 기법이나 프레

임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예를 들면 작곡가가 필요치 않은 연주단 혹은 악보가 필요 없는 산조

등 전통음악이 갖고 있던 미덕 혹은 미학들이 우리들이 다시 되찾아야 할 자산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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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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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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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FSS Handbook

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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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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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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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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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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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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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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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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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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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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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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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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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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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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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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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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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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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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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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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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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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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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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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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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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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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내가 뽑은 키워드는 lsquo소통rsquo lsquo원년rsquo lsquo문화rsquo이다 lsquo원년rsquo은 그렇다 하더라도 lsquo소통rsquo과 lsquo문화rsquo

가 과연 2010년 공연예술 특히 음악부분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좋게 말하면 보편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빠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0년은 물론이고 음악계

에서 가장 간과하고 놓쳤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소통(疏通 Communication)

도대체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왜 관심을 갖고 듣게 되는가 막상 들어보면 낯설

고 어렵고 하면 할수록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월드뮤직은 음악으

로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적 코드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는 사람 만드는 사람 혹은 연주하는 사람 간의 소통을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lsquo무엇rsquo을 소통하느냐가 문제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

은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잡아내고 싶은 게 사람

의 심리다 처음에는 판을 몰라서 낯설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면 알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재미있는 것이 마구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사는 모습 언어 피부색 문화 관습이 다 달라도

소통하게 한다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관심

을 갖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어떻게 소통 시킬

것인가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을 간과해왔다 과거에는 외국에 우

리 음악을 들고 나가도 그것이 실제 좋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들과 소통할 방법

이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

고 최근 그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한 소통에 관한 키워드를 찾기 시

작한 게 올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년(元年)

월드뮤직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최대 월드뮤직 행사 WOMEX에 우리나라 아티

스트가 오프닝무대에 공식초청 되어 공연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

를 지닌다 한국음악은 무조건 낯설고 어렵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이라고 생

각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할 자세가 됐다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한국음악의 본격적인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文化 Culture)

한국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이 음악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

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코드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세

가 되었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소통에 관한 새로운 시작점이 생겼다는 것 우리음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해

외와 본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원년이 되었다는 것 결국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이 내

가 정리한 2010년 우리 음악의 키워드이다

황우창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월간 프라우드] [뉴스위크 한국판] 등 월드뮤직 관련하여 다수의 기고

를 하였으며 KBS클래식 FM lt세상의 모든 음악gt 방송 작가 및 CBS-FM lt황우창의

월드뮤직gt KBS-3R lt황우창의 음악세계gt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MBC-FM lt뮤

직 스트리트 3부gt DJ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FSS Handbook

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1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3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1

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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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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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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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N 1

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FSS Handbook

40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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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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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SESSIO

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FSS Handbook

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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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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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FSS Handbook

4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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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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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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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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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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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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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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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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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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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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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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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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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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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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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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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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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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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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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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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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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용신

뮤지컬 칼럼리스트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뮤지컬이란 장르는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취향이 그 해의 키워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올해 어떤 뮤지컬이 공연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올

해의 키워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2010년은 뮤지컬계에 별일이 없었던 한해이기도 하지만 변화가 감지

되는 한해이기도 했다

전통소재의 활성화

전통소재가 뮤지컬에 채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왕이면 뮤지컬이라는 서양 장르에 전통소재를 접목시켜 좀 더 많

은 관객을 모아 보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수년전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 소재가 창작뮤지컬의 다수를 차지했

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통소재를 현대적인 표현방식에 의거해 만드는 뮤지컬이 창

작의 주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사라진 피맛골을 소재로 활용해 판타지를 접목시

킨 lt피맛골 연가gt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 각색된 lt서편제gt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이 돋보였던 원작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lt왕세자 실종 사건gt 등이 대표

적이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지향한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lt선덕여왕gt과 lt궁gt

은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위의 세 작품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통소재라는 측면에

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른바 lsquo원 소스 멀티 유즈rsquo 열풍 속에서 원작의 판권을 가진 회사의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선점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시도지만 매체 간의 차이를 뚜렷이 반영하는 각색은 필수적이다

이런 작품 대부분의 실패와 성공은 캐스팅과 함께 각색의 완성도에 달려 있기 때

문이다

전통소재의 활성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제작한 이른바 lsquo관제뮤지컬rsquo의 활성

화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월 장성군이 제작한 lt홍길동gt 510항쟁 30주년

을 기념해 광주시가 참여한 lt화려한 휴가gt lsquo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rsquo이라는 부제

를 단 lt피맛골 연가gt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제작한 lt생명의 항해gt 지

난해에 이어 재공연된 성남아트센터의 lt남한산성gt 등 총 다섯 작품이 대극장 무대

에서 공연되었다 과거의 관제뮤지컬에 비해 올해는 수적인 증가 이외에도 전문

뮤지컬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예인을 캐스팅하여 관객 유치에 힘

쓰는 등 여타 상업 프로덕션과 유사한 제작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제

뮤지컬은 지자체의 직접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이 이루어

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lsquo무대 위의 위인전rsquo과 같은 컨셉 하에 해당 지역의 스토

리와 위인들로만 소재가 한정되며 축제성 단기 이벤트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전락

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프로덕션의 향

후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

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전문가가 조기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의 보수화

우리나라 공연 예매량의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매출

액합산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두 전

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 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

로 4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역시 중산층에게 재정적인 압박을 주는 부동

산 문제 천안함연평도 등 안보 위기 지자체 선거 대규모 체육행사(월드컵아

시안게임)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면

에서도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

로 안정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늘어나고 흥행이 불투명한 창작 초연은 줄어들었

다 현재 연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시장에서 대극장을 차지한 것은 모두 라이선스

아니면 재공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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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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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1

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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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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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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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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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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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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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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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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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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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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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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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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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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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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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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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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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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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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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극장 규모에 따른 분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창작

2010년 14 24 75

2009년 18 30 67

2008년 16 20 63

라이선스

2010년 22 11 14

2009년 19 13 14

2008년 16 15 17

출처 [더뮤지컬] 12월호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 한해 대극장 뮤지컬 창작을 포기하고 보수적인 제작

노선을 택했다 가령 중소형 작품만을 개발하거나 지자체종교계 등의 투자를 받

거나 아예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 다소 벗어난 이벤트형 공연물의 제작대행에 힘쓴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아이돌과 한류스타의

캐스팅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JYJ(前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가 lt모차

르트gt로 세종문화회관 3만석을 매진시키고 유노윤호가 lt궁gt에 출연해 극장 용 개

관 이래 최고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소녀시대의 태연(lt태양의 노래gt)

이준기주지훈(lt생명의 항해gt) 안재욱신성우온유제이(lt락 오브 에이지gt) 등

은 많은 아시아권 팬들을 국내에 불러들였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는 달리

관광객 수요가 적은 서울에서 한류스타들이 어느 정도 관광요인으로 발전하고 있

다는 점은 향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벌 수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미처 담보되지 않은 뮤지컬을 해외관광객 유치의 첨병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천민 자본주의적 작품이 양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품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준수나 조승우 같은 배우의 특급 개런티도 화제가 된 한해였다 겉

으로 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시장 너머에 있는 빈부격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

다 자본의 논리만 적용해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고 한다면 그 몇 명 이외의 배우들-티켓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90의 배우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무대는 누가 지키고 이에 대한 책임

은 누가 지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결국 무대 위 배

우들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급변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밑바닥

에서 일하는 배우 스태프들이 lsquo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

인가rsquo 라는 자각을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는 필드 창작자나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아이템을 먼저 만

들어 프로듀서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또는 제작시스템으로부터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창작자를 고용해 작품

을 찍어내는 지금의 방식이 제작비 상승요인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른 영역

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 아직 뮤지컬에서

는 미흡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KMTV 기획실을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를 전공한 후 설앤

컴퍼니에서 lt오페라의 유령gt lt피핀gt lt아이러브 유gt lt에비타gt 등의 제작감독 및 충

무아트홀 도심 뮤지컬 캠프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lt모비딕gt의 대본 작

사 연출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뮤지컬 스토리』(공저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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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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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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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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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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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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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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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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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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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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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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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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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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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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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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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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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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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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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스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0년만큼 뮤지컬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역사가 별로 없

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뮤지컬은 세 명이 접수했다 시아준수로 시작해 박칼린

으로 정점을 찍고 조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시아준수 과거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lt제너두gt) 빅뱅의 승리(lt소나

기gt)나 대성(lt캣츠gt)도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지만 시아준수는 그들과는 달랐

다 lt모차르트gt 15회 출연분 1만5000석을 몽땅 매진시킨 것이다 동방신기 해체

이후 첫 활동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결집력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팬덤의 관극형태도 뮤지컬계를 자극시켰으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가 뮤지컬계

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올해는 아이돌 뮤지컬만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lt금발이 너무해gt)와

태연(lt태양의 노래gt) 동방신기 유노윤호(lt궁gt) 샤이니 온유(lt형제는 용감했다gt lt

락 오브 에이지gt) 등 하지만 연예인이 나온다고 다 흥행한 건 아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은 TV 예능프로 lt남자의 자격-하모니gt를 통해 스타가 되

었다 그동안 뮤지컬계에는 인기스타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은 없었다 박칼린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 카리스마의 원형의 새로운 아이콘으

로 부상했고 이러한 사회현상은 이후 그녀가 하는 뮤지컬(lt틱틱붐gt lt아이다gt)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찌됐든 그녀의 행보가 뮤지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 있겠다

조승우는 입대로 생긴 공백기 이후 복귀작인 lt지킬앤하이드gt의 티켓을 15분 만에

1만5000여장 팔아치웠다 또한 회당 1800만원 총 14억4000만원이라는 출연료로

더욱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획자에게

는 한국 뮤지컬이 스타 없이 흥행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시아준수는 원래 스타였고 박칼린 씨는 뮤지컬계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모르다가 예능프로에 두 달 출연하고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

녀의 역량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뮤지컬해서 스

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40여 년간 뮤지컬만으로 스타

가 된 것은 조승우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lt타짜gt lt말아톤gt 영화도 유명했

지만 기본적으로 2004년 lt지킬앤하이드gt를 하면서 큰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엔 없

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는 그런 고민을 뮤지컬계에 던져준 한 해

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국의 대중문화 전체에서 가장 히트 상품은 lt

슈퍼스타K2gt였다 그 브랜드 하나로 케이블TV가 다 들썩이고 있고 심지어 대중

음악 자체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으며 옛날처럼 비주얼가수가 아니라 가창력 있

는 가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자들이 그러한 새로운 기획 새로운 프로

그램을 엮어서 뮤지컬 장르 자체만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

제가 아닐까 싶다

티내기(Distinction)

화제가 된 세 작품이 있다 lt오페라의 유령gt lt미스사이공gt lt빌리엘리어트gt 세 작

품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lt오페라의 유령gt은 단일시즌 최다 관객(33만명) 최고 매출액(27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lt미스사이공gt은 2006년 비해 관객수가 적었고

현재 영미권에서 최고 히트작인 lt빌리 엘리어트gt는 현재 공연중이기 때문에 함부

로 얘기하기 어렵고 최근에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검증받은 뮤지컬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이상

의 뮤지컬을 만들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뮤

지컬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lt오페라의 유령gt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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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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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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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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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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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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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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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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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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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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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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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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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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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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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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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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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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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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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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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오페라의 유령gt은 128억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매출 198억의 신화를 쌓아올리며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첫 페이지를 기록했다 이때부터가 아마추어적인 뮤지컬이

아닌 프로페셔널 뮤지컬이 시작됐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흥행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lt오페라의 유령gt이 10년 전 관객에

게 줬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lt오페라의 유령gt의 초연 당시 VIP석은 15만원 R석은 10만원이었다 그 당시 다른

대형뮤지컬은 VIP석 없이 R석이 5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팔렸

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중장르인데 가격이 15만원이라는 것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 즉 명품이라는 것이다 2001년도 당시가 한창 lsquo명품족rsquo이라는 말이 유행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 ldquo뮤지컬은 명품rdquo이라고 인식시켰고 lt오페

라의 유령gt 이후 한국에서 뮤지컬의 티켓값은 10만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뮤지컬 관람을 택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인용하면 문화 소비행위의 lsquo티내

기rsquo(distinction 우리나라 말로 lsquo구별짓기rsquo라고 번역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티내기

가 더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가 한국에선 뮤지컬에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라 했던가 10년이 지나면서

뮤지컬은 너무 흔해졌다 뮤지컬을 본다고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뮤지컬에 덧씌워진 lsquo명품rsquo 이미지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현재 대구에서 lt오

페라의 유령gt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아직

도 뮤지컬의 희소성이나 명품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진 해이다

더 이상 명품이 아니라면 티켓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티켓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되어 기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켓가

를 낮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바로 lsquo스타rsquo다 2010년

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10년간 지탱해 온 lsquo허영 프리미엄rsquo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

타를 따르는 lsquo팬덤rsquo이 대체하기 시작한 첫 해로 기억될 것이다

Q1 언급하셨던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A1 조용신 배우 조승우의 개런티는 자진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조

승우가 그 개런티를 받고 그 이상의 티켓파워를 떨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비

즈니스 시장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의 가치를 그

것만으로 판단해서 ldquo너는 그만큼 팔 수 있으니 그 정도 받을 수 있다rdquo고 하면 결국

공연시장 자체가 티켓파워와 스타만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 창작자들이 같이 모여서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타가

티켓파워를 복합적으로 발휘해서 많이 홍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작

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관객)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스타뿐만 아

니라 작품의 흥행요인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고려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제작비가 공개되고 뮤지컬 시장에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

을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뮤지컬계 내부에서 이번 일을 이슈로 하여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배우조합이라든지 스태프조합이 만들어져서 제작자로 하

여금 스타의 개런티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 전반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가져가

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오는 이윤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처럼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몇 개의 순수 엔터테

인먼트로서만 존재하고 편수가 많이 줄어야 되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갑자기

편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연예술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영리이고 뮤지컬

도 비영리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상

업적인 측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엮으려는 시도들도 예술적인 영

역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예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스타

가 나와도 출연할 작품이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최민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90년대 후반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 현재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이자 올해로 4회

행사를 마친 lsquo더 뮤지컬 어워즈rsquo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lsquo성역은 없다rsquo는 모토를 갖고

곳곳의 공연 현장 소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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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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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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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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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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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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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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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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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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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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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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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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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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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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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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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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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는 결국 제작비로 나오는 것이

므로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인터파크 기준으로 2009년 lt드림걸즈gt 2010년 lt빌리 엘리어트gt가 흥행공연

이라고 들었는데 수익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2 조용신 개인적으로 lt드림걸즈gt는 기획자체에 대한 평가가 과도했다고 생각

한다 한국에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투어나 브로

드웨이 공연을 해야 하는데 Co-Production도 조기에 끝나버렸다 그만큼 흑인 커

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백인사회에서 메이저급으로 극작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

는 달리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뉴욕타임즈]에는 ldquo한국에서 트라

이아웃 공연을 하고 것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미국 프로덕션들이 배워야

한다rdquo는 식의 우리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났었다 물론 그 기획

제작방식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lt빌리 엘리어트gt의 경우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손익분기점이 90로 다 팔아도

조금 남는 구조다 처음부터 다 팔고 시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재

공연의 기약도 없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극장에서 그 공연을 수용해줄

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 공연의 결과일 텐데 그런 여러 가

지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한 제작비를 투여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테마나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표현양식으로 결합시킨 점 등을 보면 lt오페라의 유령gt을 훨씬 넘어서는 좋은 작품

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슈일

테지만 그와는 별도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3 예술분야 중 상업적 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

다 대중음악의 예처럼 이런 음악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악이 존재성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타 분야와 다르게 키워드를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

조한 긍정적인 키워드로 뽑은 배경은 무엇인가

A3 원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현상이 아니고 예술이 변화해야 하

는 것 예술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 하나 되는 어떤 경험이라는 부분이다 나

는 이런 모든 요인이 앞으로 미래의 예술에서 우리가 분명히 주목해야할 부분이고

예술의 변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뽑고 싶었던 키워드는 전통 쪽에서는 Spirituality였지만 이야기 흐름

상 뽑지 않았다

우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참고영상이 TEC(Technology

EntertainmentampCulture)라는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다 질 테일러라는 인디애나

대학의 뇌과학 교수가 뇌졸중으로 좌뇌가 파괴되어 우뇌로만 살면서 8년 동안 치

료 받았던 경험을 강연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면 우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

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표면적으로 경제논리상 지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

히 변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갔었던 때와 비교해서 명상하는 사람

들이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

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술 자체가 원래 Spirituality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변화를 얘

기할 때 우뇌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Q4 다원예술 키워드를 발표하신 분들은 다원예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다원이라는 것은 자기 장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한 한계나 반성

혹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 때문에 다원이 나오는 것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시각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원 부분이라 하는 것은 마치 수입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다원예술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장르적

고민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국에서 유입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지금 한국에서의 다원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개인이나 단체 하나하나가 장르다 그

렇다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다원이라 정의하고 제도화 권력화 해야 이

장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4 이진아 다원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이 장르별로 나눠지면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떠안으려다 보니 다원예술이

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역으로 예술계에 통용되면서 inter-

disciplinary Arts 복합장르 멀티미디어 아트 등 다양하게 얘기했던 것들이 lsquo다원rsquo

이라고 통폐합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용어에 대한 논쟁이 많

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소모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게 다원이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원은 어느 장르도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질문하신 분이 모든 예술가들이 개별적으로 다원장르를 새롭게 써야 된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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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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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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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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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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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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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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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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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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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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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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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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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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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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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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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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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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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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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맞다 다만 lsquo장르rsquo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

지 규제가 있다 내가 국어국문과에 재직하는데 국문과 학생들에게 문학에는 무엇

이 있나 라고 물으면 시 소설 희곡 수필 이렇게 밖에 말 못한다 왜냐하면 제도

교육 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국문학 장르 중에는 그렇

지 않은 장르들이 훨씬 많았다 장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방법에 대해 강

제하고 외부적으로 제한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한계 등을 아

티스트들이 깨닫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탈피하려 했고 그것들에 대해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다원이라 부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의 다원이 수입이냐 자생이냐 라는 질문 자체를 좋아하지 않

는다 그런 질문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한다

Q5 모든 공연들은 일단 많은 관객에게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든 제한적인 무대가 아닌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5 고선웅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연극은

공간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구장에서 노래와 쇼 오페라는

보여질 수 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

래서 연극은 사유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lsquo제한적인 무대rsquo라는 표현에는 다소

이의가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막혀있다는 의미의 제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실상 무대는 그 제한성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이 가능

하다 그 공간적 제한성이 없다면 연극무대의 매력과 환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하신 lsquo장소에 대한 접근방식rsquo이라는 말도 엄밀히 보면 lsquo무대에 대한 접

근방식rsquo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장소에 어울리게 무대를 세팅하게 되겠지만

사실 장소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말씀하신 lsquo

차이rsquo는 무대화를 고민하는 창작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

을 떠나 거리나 찜질방 바닷가에서도 필요하고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무대가 만

들어질 것이다 연극은 그 제한성 때문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다만 제작비와

효과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거나 포기할 뿐이다

사회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대학로에서의 연극 연출 기획 제작활동을 거쳐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

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 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ESSION 2 다가올 예술

공연예술의 최신 이슈와 새로운 도전

2011년 공연예술계를 예측한다

최신 세계 공연예술 이슈를 통하여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전망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전들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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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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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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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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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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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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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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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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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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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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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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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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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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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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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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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3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고서 그 며칠 후 KBS 특별

기획 lt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세계gt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화가 문득 떠오른

다 이 분은 그 당시에 이미 품 넓은 통바지에 멜빵이라는 lsquo백남준 패션rsquo의 전형을

선보였다 당시는 1984년 1월 1일 전 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하여 실질적으로 lsquo지구

촌 시대rsquo를 열었던 lt굿모닝 미스터 오웰gt의 쇼크가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이분을 모시고 국내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ldquo세상 돌아가는 물

정rdquo을 들으려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 좌담회의 들머리에서 사회자 김화영(고려대 불문과 교수)은 이렇게 물었다 ldquo선

생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4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셔서 감회가 어떻습

니까rdquo 이 질문의 속내는 백남준이 고국을 떠날 때였던 1950년대 초에 비해서 한

국의 발전상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백남준은 이렇게 답했다 ldquo30년이

면 원래 도로 마찬가지인 법이오 (손으로 허공에 곡선을 그으면서) 이렇게 리듬

을 타면서 태극이 되는 거지요rdquo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이다 lsquo유령화rsquo란 lsquo고스트rsquo가 된다는 것보

다는 lsquo귀환한다rsquo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lsquo귀신화rsquo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ldquo억압된 것은 귀환한다rdquo는 명제를 던졌다 우리 욕망의 구조

가 억압된 부채만큼 반드시 지불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다 lsquo유령화rsquo 역시

일차적으로는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래 이 개념은 1993년 자크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출간하면서 생겨났

고 지금은 lsquo유령학rsquo이라는 명명까지 얻고 있다 lsquo유령rsquo은 미완으로 끝난 혁명이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ldquo모

든 혁명은 실패한다rdquo는 테제의 속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이 정치적인 영역이

아니라 예술적인 영역에서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새로운 예술은 문간을 어른거리는 lsquo유령rsquo이기 십상이다 그 이름도 형체도 알 수 없

는 그저 기척이나 징후로나 느껴지는 존재 그러나 존재라고 말하기에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예술은 항상 lsquo돌아옴rsquo을 전제로 하고 유한한 시간 동안 감각적 미적

쟁투에 나선다 그 쟁투의 대상은 물론 이 무봉하고 완강한 현실의 그물망이다 예

술은 그 그물망을 찢기 위하여 예술가의 명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는 마치

예술의 무의식이 명령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예술의 대리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lsquo유령의 귀환rsquo을 백남준이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와 연결 지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독해되기 쉽다 경제학에서는 경기순

환 곡선이 60년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리듬구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의 기라타니 고진이 전형적인 lsquo역사의 반복rsquo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미래의 반복을 고스란히 재현하지 않는다 반복은 미래

의 시간 가치를 반영하면서 반복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반드시 차이와 어깨를 겯고

있다 차이가 없는 반복은 재현이다 이것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ldquo도로 마찬가지rdquo(백남준)는 대칭성의 구도를 갖고 있음을 지

적해야겠다 이러한 구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복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재출현

이자 창발임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다른가 과거의 예술

과 미래의 예술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lsquo유령rsquo은 어떤 원본도 없이 원본의 구

속력을 떨치고 지금 내 눈 앞에 도래하려고 하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

문은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상기했다 어릴 적 사촌동생 고옥희는 소학교 시절 숙제하

기가 싫어서 백남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dquo남준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새로 무엇을 창조한단 말이니rdquo 이 말이 왜 백남준에게 그토록 호

소력을 지니고 퍼포먼스나 음악 작곡 그리고 비디오아트를 할 때도 항상 반복적

으로 튀어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왜 백남준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백남준 특유의 대칭성의 철학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에게 lsquo유

령rsquo은 전혀 다른 시공에 나타나는 동일한 것의 출몰 즉 영원회귀 현상이다 이분

은 일종의 아타비즘(atavism)으로서 자신의 예술을 대했다 아타비즘은 격세유전

이다 이는 세대를 걸러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유전 현상이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발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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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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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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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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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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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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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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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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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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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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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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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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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quo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유령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예요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이 귀신이 쓰인 것처럼 우리

들에게 씌어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녜요 모든 종류의 소멸된 낡은 사상이나

여러 가지의 소멸된 낡은 신앙 따위도 우리에게 씌어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의

내부에 실제로 달라붙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쫓아낼 수가 없거든요

잠깐 신문을 집어 들어도 그 행간에 유령이 잠입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틀

림없이 온 나라 안에 유령이 있는 겁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은 거예요 게

다가 우리는 모두 햇빛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매우rdquo 헨릭 입센 lt유령gt 72p

대칭성의 철학은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 미래를 탐하는 것이다 정념적으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과거가 얼마나 고전적인가에 따라 그 영역은 예술하기 좋

은 토양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ldquo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rdquo ldquo영혼의 신비한 새인 소문은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라디오였다rdquo 같은 백남준 특유의 명제는 대칭적인 시간관을 제대로 보

여주고 있다 lsquo달=TV 소문=라디오rsquo라는 등식은 과거와 미래 신화와 테크놀로지

자연물과 인공물 등등의 구도를 하나의 대칭적 구도로 압축하고 있다

lsquo유령화rsquo 현상은 이러한 lsquo반복rsquo과 lsquo대칭성rsquo의 관점에서 발견된다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라는 제목을 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

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의 컨템퍼러리 아트는 ldquo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rdquo에 충실하다는 의미이면서 ldquo이론으로서는 매우 낡았으나 실제로 해보면 의외

로 신선하다rdquo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독창성 테제는 근대 사

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거대 이념을 품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붇

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혁명의 결과는 참극의 연속이었다 이성은 미쳤

고 유토피아는 대량학살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는 더 큰 문

제를 낳았다 정답은 후유증이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방가르드는

묵시록적 미래주의에 몰두했고 파국을 맞았다

ldquo동시대의 연극(시 산문 음악)은 우리를 구역질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사의 재구성(뒤죽박죽이거나 표절)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진 찍

듯 복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학적이고 호흡이 길고 분석적이고 김빠진 연극

이다 이런 연극은 기껏해야 석유등불 시대에나 걸맞는 것이다

미래주의는 바리에테를 찬양한다 그 이유는

1 우리와 함께 전기에서 생겨난 바리에테는 다행스럽게도 전통도 대가도 교

조도 없으며 현장감에 그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2 바리에테는 순전히 실질적인 목적만을 지닌다 왜냐하면 코믹과 에로틱한

자극 혹은 풍부한 정신의 쇼크로 관객에게 기분전환과 즐거움을 주려는 데

에 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3 바리에테의 작가 배우 장치가들은 관객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

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데 유일한 존재 이유와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런 방식으로는 정체나 반복은 전혀 불가능하며 그 결과는 노련함 속도감

힘 복잡성 그리고 우아함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무더기로 세우기 위해 두

뇌와 근육이 경쟁하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필립포 토마스 마리네티 lt미래주의 선언-바리에테gt(1913년) 중에서

그러나 정치적 전위로서 행동의 일치를 꾀했던 미래주의는 파멸했지만 우리의 생

활세계가 테크놀로지의 급변 속에서만 격렬하게 감각적 변화를 겪는 20세기의 흐

름은 피할 수 없었다 미래주의는 그 후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가 구현한 끔찍한 현실이 폭로되면서 파산선고를 맞고 전일

적 자본주의로 세계가 lsquo역사의 종말rsquo(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접어들면서 미래주의

는 유토피아를 실천 목표가 아니라 점근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 의상을

갈아입고 재출현하기 시작했다 월러스타인의 lsquo유토피스틱스rsquo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모든 수행적인 것은 그런 환경에서 제안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공연예술의 이념은 20세기 초반에 모두

제출되었다 그것이 제대로 현실화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개념적으로는 가장

치열하고 급진적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lsquo잔혹연극 선언rsquo이 아무리 뛰어난 함의

를 품고 있다고 해도 한국 공연예술계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다 나는 공연예술계

에 종사하는 동안 잊지 못할 많은 에피소드를 겪었지만 어느 평론가가 ldquo아르토

아르토를 무용평론가가 이야기하다니 매우 신선하군rdquo라고 했던 코멘트가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lsquo연극인류학rsquo을 역설하는 나에게 ldquo바르바 좋지 하지만 이미 지

나가버린 유행이잖아rdquo라는 어느 연극인의 평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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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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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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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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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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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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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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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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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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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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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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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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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다비사 퍼포먼스

타이음식을 갤러리에서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게 10년 전부터 유명해졌

다 작가는 ldquo내 작품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본질적인가를 바라보려는 노력rdquo이라고 말한다 실제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그 자체 미술이 확

장되는 개념에서 새로 반응해서 새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 멍석을 까는 것이 미술이 되었고 예

술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알프레드 잘

알프레드 잘이 셰익스피어의 lt맥베스gt를 고등학생의 외설적인 낙서로 다 바꿔서

공연을 했었는데(1896년경)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러나 이 작은 장난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씨어터와 아트가 바뀌었다 그는 ldquo실제 자체가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

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가 된다ldquo고 말했다

샤샤 발츠의 lt육체gt

가스실 자체를 무용으로 안무한 작품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었

다 알랭 레네의 다큐멘터리 lt밤과 안개gt를 보면 불도저가 가스실에서 나온 시체

더미를 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가스실을 묘사한 거다 죽은 신체는 영상과 시

로 포착이 되어 결국 2-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은 신체가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이다

히지카타 다쓰미

서양에 피나바우시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부토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쓰미가 있었

다 그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신체(영어로 undead)가 출연하는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실 할 말 있어서 돌아오는 lsquo회귀rsquo를 한 거다 그러니까 백남준

이 lsquo30년이니까 도로 마찬가지rsquo라는 그 반복이 신체 안에서 일어날 때는 lsquo유령rsquo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대에 실제 출연하는 그 신체는 귀신이다 귀신이 자신의 한을 풀

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며 우리가

익숙한 전설의 고향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야기는 lt햄

릿 gt의 대사 ldquoTime is out of jointrd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져 있다)에서 시작된다 자

내가 lsquo유령화rsquo 현상을 언급하면서 도래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를 이야기하는 이유

는 간단하다 한국의 예술계에서는 뿌리 잘린 채 부유하는 식물처럼 그 수많은 발

상과 실천의 뿌리들에 대한 이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존중심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청산되었다고 믿고 있는 혹은 믿고 싶은 그 모든 예술의 잠재

성이 마치 lsquo유령rsquo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들

여온 공연들을 보면서 항상 낯설어 하거나 찬탄을 아끼지 않는 이유 중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무지의 몫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정치적인 것 즉 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감각적 분열과 재구성 자체를 정

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소위 lsquo정치 미학rsquo이다 그 중 대표적인 미학자

인 자크 랑시에르는 lsquo해방된 관객rsquo이라는 테제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톤 이후 시간

과 지식이 충분치 않은 대중 관객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예술의 기본적 감각 토대

를 부정한다 그는 관객은 그대로 감각적 결함이 없는 존재이며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제1의적 요소임을 적시한다 심지어 배우나 무대가 없어도 공연이 가능하지

만 관객이 없는 공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는

공연예술계의 lsquo레이거노믹스rsquo이다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

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

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하나의 양식을 고착화시켜 페티시즘적으로 신봉하

거나 다른 가능성의 탐문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사회에서 lsquo관객은 원래 해방

되어 있다rsquo는 소박한 명제는 거의 천둥소리와도 같다

백남준은 1960년대 초에 이미 lsquo무빙 씨어터rsquo라는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분은

관객과 무대와 퍼포머가 모두 제각각 독립변수가 되어 움직이는 그리고 어느 타

이밍에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일기일회하는 공연예술을 내놓았다 이분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비장르의 예술적 에너지를 모아서 이와 같은 변동

성의 공연예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며 도래해야 하는

예술로서 현재 컨템퍼러리 아트 씬에 도래하고 있거나 이미 도래해 있다

관객을 계몽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ldquo입에 달콤한 것이 역겹다rdquo(국립 민중극단

선언문)는 태도로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모든 공연예

술가들은 도래해야만 하고 이미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발제에서 내가 증명

해야 할 문제이다

도래하는 예술의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작업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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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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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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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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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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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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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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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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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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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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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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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있다 개념적인 것만 가지고 공연예술을 하는 게 힘들다

또한 무대자체를 주목해보자 무대자체는 카오스다 오브제와 오브제 회화 작품

이라든가 소품이라든가 이런 것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힘의 장이 장

과 장이 충돌하고 서로 경합하는 장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산이 아

니라 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정금형 lt7가지 방법gt

1925년에 오스카 슐렘머가 이미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연합해서 어떤 식으로 공연

을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조차도 백남준 선생의 주장

에 따르면 lsquo도로 마찬가지rsquo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그걸 아타비즘(Atavism)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세대를 걸러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그 당대에서 털어놓을 수는 없고 그 다음 세대한테 털

어오게 되어 있다 정금형의 경우는 한 템포를 늦춰서 돌아온 것이다

lt미완성의 신체gt(Self unfinished)

한 남자가 형광등 밑에서 황당한 변신을 한다 2004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와 같은 타임 증후군 신체가 출연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무

엇일까 불균형하게 기울어져 있는 유동하는 판의 구도를 바로 잡는 것이다

ltPK와 나gt

이 작품은 제롬 벨이 태국의 무용수 핏쳇 클런천과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현대공연예

술을 같이 하는데 이러한 구도가 대칭성이다 서구와 비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

지 과거와 미래 온갖 지워져 있는 정사를 바로 잡는 운동 축이 바로 활용하는 운

동이다 이 공연에서도 재롬벨은 핏쳇보다 우월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

로 잡기 위해 누군가가 무단 침입을 해서 욕설을 퍼부었던 작은 소동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도래하는 예술은 우리와 그들 나와 타자 서구와 비

서구 상상력과 테크놀러지 등 예술도 위계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없애고 새

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대칭성 인류학으로서만 존재하고 실

제 그와 같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난 사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령의 시간과 사실

의 시간이 어느 순간 포개졌는데 이유는 lsquo시간의 빗장이 벗겨졌기 때문rsquo이다

헨릭 입센 lt유령gt

19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근대 연극을 만든 헨릭 입센의 lt유령gt에는 세 가

지 삶의 유령에 대한 의미가 있다

리미니 프로토콜 lt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제1권gt(2009)

한때 굉장한 신념을 가졌던 막시스트들이 세상이 바뀐 후 무대로 귀환하여 각자 살

아온 얘기를 한다 각자의 트랙으로 각자의 증언을 무대의 시간에 맞추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후일담 소설 같은 형식을 가져왔던

것 같다 감상적인 것 다 빼고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밀도 있는 언어를 가지고 얘기

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lsquo유령rsquo 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유령으로 돌아왔다고

사실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장당한 거다 더 이상 막시스트로 살 수 없는 시

기가 왔으므로 그때 그들은 무대에 올라와서 새로운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얘기

한다 한때는 막시스트였지만 증권시장의 브로커로서 큰돈을 만지는 인물로 『자본

론』이 치부책이 되는 거다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마오이스트도 있다 여러 다양한

자기 삶의 시간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로메오 카스텔루치 lt헤이 걸gt

굉장히 대두인데 저렇게 인형 머리를 쓰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무엇인

가를 강요한다 죽은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이자 상기시키는 것이다 ldquo얼굴이란 나에게 타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것

이며 나에게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타자와의 유대는 책임으로서만 만들어

진다rdquo는 말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철학자인 레비나스가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를 얘기한다고 해서 리드믹 바디(Rhythmic Body) 바디아트(Body

Art)를 헷갈리면 안 될 것 같다 보통 예술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계면적

으로 접근하는 것과 리드믹 바디가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

다 그러니까 춤추는 사람이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는 굉장히 요동을 치고 있다 춤을 많이 머금고 있는 신체 리듬적 신체 그랬을 때

무대의 시공간이 선율로 물결치는 풍경 이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고 더욱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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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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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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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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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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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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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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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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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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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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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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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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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tLouder can you hear megt

태아처럼 엄마의 게이트(자궁)를 뚫고 뛰쳐나오는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구

한복판에서 저런 작품을 하니 실제로 재미있고 인류학적 베이스가 있어서 의미 있

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작품을 보고 서구와 비서구권을 똑같이 관통하는 보편성

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국립극단 학술팀장

무용월간지 [몸]에서 3년간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올해까지 약 3년간 백남준아트센

터에서 연구원으로 리서치 및 출판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재)국립극단의 학술팀장

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말할 수 없고 더구나 감히 예측할 수도 없다 너무 뻔한 얘

기일 수 있지만 lsquo현재는 과거이며 미래이다rsquo 다시 말해서 현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과거를 반추해 볼 수 있고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한다 현재를 가장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공연예

술 중에서도 연극의 현재에 대해서 말하겠다

내가 해외공연을 처음 본 것은 외국에서 1984년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공연을

보기 힘들었다 광주 사태 직전 TV 연출가로서 유럽에 4개월 정도 갈 기회가 있

었다 그 때 런던에서 처음 본 공연이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트래버넌이 연출한

lt십이야gt였다 무대세트도 충격이었지만 특히 연기자들 조역의 노배우들이 무대

를 완전히 장악해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연

극을 포기했다 그 당시 나는 PD일을 했었지만 밤에는 아마추어들끼리 연극을 할

때였다 어렸던 26살의 나는 세계 최고의 연출가를 꿈꿨었다 세트디자인은 어떻

게든 따라 해본다지만 늙은 배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을 늙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니까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은 서너 차례 더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5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연출가로서의 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ldquo우리

는 젊은 배우들하고만 작업을 해야 하고 한국인이 쓴 희곡 외에 다른 희곡은 존중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사람이 한국작품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제약이 없다

면 내가 삼류연출가라 할지라도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텐데rdquo 하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나를 도피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국국립극단의 ltWar Horsegt를 봤는데 역시 충격이었다 다른 종류의 충격

이었다 ltWar Horsegt는 무대세트가 없고 약간의 영상을 쓰는 간단한 스토리의

연극이다 나는 주요한 역할로 나오는 말을 보고 놀랐다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대

한 말을 5명의 배우가 조종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

로 만든 그 말은 남아공쪽에서 인형극을 하던 소박한 단체의 아이디어와 자본 과

학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계 공연예술의 최신 흐름김철리

(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연극연출가

발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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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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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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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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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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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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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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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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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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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년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현대적인 기술이다 인형 만드는 것에

도 엄청난 과학이 결합되었는데 그 과학의 결합이라는 것은 쇠로 말을 만드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신체 공학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근육 말의 움직임 그

리고 말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은 엄청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우리 몸과 마음과 꿈 등은 30년 전이나

3년 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인간의 기본적인 것에 당대의

과학기술과 첨단의 것들이 결합되는 것이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적 각도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은 감정을 금과옥조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ldquo우리는 너

무 이성적이야 감성은 동양에서 배워야 해rdquo라고 얘기하니까 물론 동양 서양 이

런 표현도 요즘에는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성이 강하다는 것

은 이분법적이긴 하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쪽이 부족하다고 파악할 순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 공연모습이 실제 그렇다고 보인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하려다가 높은 개런티 때문에 포기한 네덜란드

작품이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브레히트의 lt바알gt을 보고 놀란 것은 실험적인 작

업에 젊은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까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lsquo젊다rsquo

고 하는 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에서 인생을 얘기하고 인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젊은 배우 노배우들이 골고루 섞여있지 않는 상태에서 과

연 공연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얼마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심각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30년 전 가졌던 질문

이 지금도 똑같다

요즘의 서구 작품이 과거와 외형적인 스타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밑바닥에 있는 기

본적인 것은 2천 년 전 그리스비극이 시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것

이 그리스 연극이다 그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원근

법이 도입되고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세트 사용하는 것도 변화했고 극장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당시 최첨단이었다 20세기 와서 동영상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은 브레히트다 20세기 초반 서사극에서 이미 영상을 사용했다

10년 전에 러시아의 박탄코프극장에서 박탄코프가 100년 전에 만든 lt투란도트gt

를 그대로 재현한 것을 봤다 조명기가 다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을 올리면서 연

극을 시작했다 거의 100년 전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리

는 연극을 마음으로만 진실성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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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 그것은 바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

는 것 같다

세계의 경향 그것은 그냥 면면히 흘러오는 것이 철학과 장인성과의 결합이다 우

리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 부문에 놓치고 있다 기술로서의

예술부문과 철학 둘 중 하나만 가져도 될 것 같지만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러나 기술로서의 예술에 철학이 없다 할지라도 철저히 장인적이어야 한다 관객을

향한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장인정신 세계 공연계의 트렌드는 적어도 장

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서 얘기가 나왔던 lt자본론gt으로 끝을 맺겠다 루마니아에서도 lt자본론gt

을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연극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썰렁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

어보니 ldquo저 사람들은 진정한 공산주의를 몰라 실제로 삶을 모르는 거야 그런 고

통을 이해 못 해rdquo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현재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세계 트렌

드에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 트렌드가 먼저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공연은

우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세련된 기술과 함께 깊이 파고들어 만들면 세계 트렌드

가 무엇이든 우리 나름대로의 성공이고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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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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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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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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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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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씨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부했다 특히나 아방가르드가 나왔던 미래주

의부터 지금의 컨템퍼러리 아트 심지어 미래의 예견을 굉장히 인문학적이고 철학

적으로 읽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얘기하신 대칭성 인류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원고의 제목이 lsquo도래

하는 예술 혹은 그 징후에 대하여rsquo인데 나 개인적으로도 미래 예술에 대한 징후

같은 것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이 아닌 우리 아시아 비서부권

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중에서도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무엇이며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서구와 대칭으로 서서 제작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시아 컨템퍼러리의 지향점을 대칭성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

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들려 달라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것은 기독교와 더불어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 때 사용

되었던 공격용 무기였다 남의 땅 먹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A부터 Z

까지를 모두 현지조사 해서 데이터를 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저항 없이 지

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서구화 하면서 식민지를 겨냥하는 방법으

로서

인류학은 이러한 원죄가 있는데 이제 와서 인류학은 서구의 학문인가 라는 중요

한 반문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서구의 실험실이

나 연구소와 똑같은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타나는 현상을 A부

터 Z까지 모든 것을 기술한다고 한다면 그 역시 인류학이다

lsquo그와 같이 하자rsquo라는 것이 제2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였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주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똑

같이 당해보자라는 것이다 서구 내부에서 그와 같은 개념을 잡으려는 운동이다

대칭성이라는 것은 결국 비대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대칭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예술 문화 등이 실제 전쟁터라는 사실이

다 현실에서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팔면서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

에 굉장히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컨템퍼러리라는 예술의 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질문하자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ldquo도대체 우리는 살아있

는 진리를 추구해야지 학문을 할 재목은 못 된다rdquo 예술활동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의 내공을 키우는 방식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칭성 인류학을 원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제안한 것이다

파리에는 인류학뮤지엄이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문

화 연구를 대체하는 lsquo문화학rsquo이라는 학문이 중흥을 맞고 있다 모든 자기네 문화 자

체도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한다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독일의 칼스

루에대학의 경우 그런 기술 과학과 인류학적인 고유 문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인류학과에서 10년 전부터 아

트 앤 에이전시 Anthropological Art 인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와 같은 교류가 서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백남준 선생이 말한 것처럼 ldquo우

리는 그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 다니다 볼일 다 본다 죽을 때까지 자기 거 한 번도

못해보고rdquo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자기 자신의 예술을 하자

는 것이다

김성희

페스티벌 봄 디렉터

토론1

FSS Handbook

62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2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63

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토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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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

술 SESSIO

N 2

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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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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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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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2

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Page 32: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gokams.or.kr/artnews_upload/지금의예술 다가올...FSS Handbook SESSION 1 다가올 예술 지금의 예술 Table of Contents SESSION 1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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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극장을 베이스로 한 극장 운영과 제작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해왔다 명동

예술극장에서는 두 달 전까지 공연예술팀장으로서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업을 해왔

다 기획자로서 김철리 예술감독의 발표 내용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역

시 예술가와 관객을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철리 예술감독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은 하고 있으되 조금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발표에서 현재 한국연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한

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축 관객의 문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철학의 부재와 기술의 문제를 얘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현재의 무용

기술과의 결합이나 기술 접촉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과연 예술가들이 얼마나 본

인들의 충실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자기화 시켜서 기술과 본인의 철학을 가

지고 사회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기술

과 철학의 부분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철리 테크놀로지라는 것을 너무 기술 쪽으로만 치우쳐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lsquoartrsquo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라 한 것이다 기술로서의 아트 이를테면 몸의 테

크놀로지 또는 언어의 테크놀로지 그런 것들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기술적인 것 포함하여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는 것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아티잔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lsquo예술은 고등사기다rsquo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고등사기의 기술을 좀 더

가져야 한다 lsquo예술은 진실이다rsquo라는 식의 너무 거창하고 단순한 명제 말고 고등사

기가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lsquo관객의 문제rsquo에 대해서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 공연하는 사람들은 자꾸 관객

을 탓한다 나는 수요자의 문제보다는 공급자의 문제가 아직도 더 심각하다고 생

각한다 기술이 안 된 훈련되지 않은 공연을 하는 우리들 스스로를 공급자로 볼

때 돈 내는 관객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이 드라마 장르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수

많은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렇다면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길

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대에 나가서 어느 정도를 해야 수요자로서 관객을 만족시

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전쟁터다 관객을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공

급자들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양희

명동예술극장 경영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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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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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2

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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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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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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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다가

올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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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2

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wwwgokamsorkr academygokamsorkr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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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Handbook

64 2010 예술경영 아카데미lsquo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rsquo

SES

SIO

N 2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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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Q1 대칭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언어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1부에서 다

원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수입된 형태가 아니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지

금 여러 가지 징후들이 포착되고 동시대에서 해야 할 일 시선 또는 관점이 점점

도약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사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면 어려운 부분

이 있다

A1 김남수 인류학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대칭성 인류학이란 말은 하나의 종합된 개념이다 시작은 lsquoResearch Based Artrsquo

였다 리서치를 끊임없이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의 명제가 있다 lsquo삶과 예술은 일체다 그 이상 구분할 수 없다rsquo

이 두 개를 더한다고 생각해 보라 lsquo고유한 삶이라는 것을 리서치하게 되어 있다rsquo

이것이 바로 인류학적인 장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모두 서구화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오지마을이라든가 중앙아시아를

간다면 분명 반 이상 폄하된 눈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서 탈피해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보아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요즘 잘 나가는 제롬벨은 무용수였는데 중도에 작가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집에 틀

어박혀서 세상의 심각한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컨셉

츄얼(conceptual) 하면서도 메타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

지고 보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것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분해해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무엇이 놀라운 것일까 단순한 몇 개의 선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복합

적이고 융합적인 그런 상태 다른 말로는 대칭적인 것이다 나의 리듬과 타인의 리

듬이 서로 어울리는 제3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칭성 인류학이 성립할 수 있다 발산을 투영해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의 장으로 가져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

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그런 얘기

를 했다 lsquo세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줄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수

는 없지만 보존해야만 하는 것rsquo 문화는 세 가지를 갖고서 무대라는 빈 공간에 무

엇인가 펼쳐지는 것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에 무용가가 그것을 리서치 한 다음에

무대 위로 표출을 해서 어떤 형식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형식은 이미 다 평등해졌

고 모든 20세기가 만들어낸 문법은 장르 영역을 초월해서 공공의 재산이 되어 버

렸다 그러나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낯선 용어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항시 그 말에 얽매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제롬벨처럼 조금만 더 공부를 한다면 이 유동하는 판이

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지만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

Q2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극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나도 런

던에서 ltWar Horsegt를 봤고 김철리 감독과 같은 이유로 연극을 그만 두려했지만

3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선택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도 보기 좋은 것을 만들자 최선을 다하자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상자 입장에서 지식이나 경험 등

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철리 감독이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좌절감에서 어쨌든 당신이나 내

가 아직 (연극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으로 좌절하는 상황을

극복하나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도저히 생산해낼 수 없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뒤를 보거나 길을 만든다고 생각

한다 김철리 감독 개인적으로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

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Q3 상당히 극장주의적인 관점 안에서 우리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말

한 것 같다 그럼 다가올 예술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까 연극이라는 것이 형태를

넘어서서 lsquo다원rsquo이라는 말을 차용하게 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

나게 될 텐데 그에 앞서 관객들의 흐름과 관객의 문화 소비 형태들을 살펴보고 그

것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A2 3 김철리 예술감독이라는 도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발품 팔며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 사는 게 쉬우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연극으로

질의응답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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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SIO

N 2

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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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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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 예

Table of Contents

67

다가

올 예

술 SESSIO

N 2

에게 내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자장의 한계가 최대 100

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것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인가 겸손하다고 생

각할 것인가

관객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좋은 공연을 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오만하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셔도 고맙지만 그 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 소통

이 안 되니 죄송하다고 한다면 겸손하다

자기가 어떤 얘기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느냐 달려있다 연극이든 무용이든

모든 공연예술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은 솔직한 소통이다 정직한 소통

이냐 정직과 장인적인 정신이 결합된 정직이냐 그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돌아왔다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좋은 작품을 찾아다니는 그 일이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공연들을 들여와 공연계로 하여금 자극이 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연극계 현장으로 돌아와 작품을 했다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

전히 못마땅한 게 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모험도 가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도 모으기 쉬웠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많다

좌절에 대한 얘기를 하나 추가하겠다 난 체홉을 좋아한다 체홉이 내 인생에 불가

능을 남겼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젊은 배우가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 하더라

도 설사 분장을 한다하더라도 그 사람한테 삶을 집어넣을 순 없는 것이다 연극을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과연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불가능하다 그래도 셰익스

피어는 연극적이어서 가능하지만 체홉을 해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면

에서 아직도 좌절한다 나라 세대 지역 등 어떤 것이 농축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

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lsquoBack to the Basicrsquo을 말했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바탕

을 쌓는 데 일조하는 인생이면 되겠다는 생각한다 그것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

이다 관객에 대해 연극의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거기에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 극

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한다 극장에 앉아서 머리로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다 꼭 마

당에서 해야 소통하냐 소통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난 다양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위자들이 관객에게 굉장히 겸손과 오만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모순된 얘기 같지만 겸손만 해서는 안 되고 오만 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우

리는 제한된 관객이 와주기를 바란다 관심 있는 사람들 그렇다고 관심 있는 사람

들만 와라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까 그게 나는 완성도라 생각한다

나의 철학이 극작 연기 기술적인 것 등 많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그

철학이 보다 쉽게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오만한

부분이 있다고 해보자 연출가였다가 인류학자로 돌아선 도스토예프스키 연극

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그는 100명 이내의 관객만 만났다 공간적으로 이 이상

이 넘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관객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관객

10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2010 한국 공연예술의 키워드

기획bull구성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발 행 일 | 2010년 12월 7일

발 행 인 | 박 용 재

발 행 처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67 대학로 예술극장 B1B2

전화 02)708-2213 팩스 02)70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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